예술의 경계 그 너머, 생동하는 창작혼 ‘2023 호랑가시나무 릴레이단체전’…오는 6일까지 서영실·실라스퐁·조은솔 작가 레지던시 결과물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04일(월) 19:58

사진 위로부터 조은솔 作 ‘우리는 갈리진 틈으로 쏟아져나왔다’, 실라스 퐁 作 ‘빵소리’, 서영실 作 ‘언제나 현재’

광주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에 자리잡은 호랑가시나무창작소는 1904년 서양 선교사들이 조성한 지역의 언더우드 사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양림동이라는 동네가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이곳은 선교사들이 정착해 광주 근대화를 비롯해 한국의 여성인권, 의료, 교육 등 한국의 선교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곳이다.

이러한 역사적 장소들을 기반으로 호랑가시나무창작소에서는 청년작가 육성, 국내외 작가 교류 등을 통해 매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마지막을 알리는 전시로, 호랑가시나무창작소가 오는 6일까지 ‘2023 호랑가시나무 창작소 릴레이단체전’을 연다.

호랑가시나무창작소 내 글라스폴리곤과 베이스폴리곤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살아온 배경도, 생각도 다른 3명의 작가들이 지난 8월 창작소에 입주한 이래 창작해온 결과물들을 전시한다.

먼저, 서영실 작가는 도시가 변함에 따라 그 안에서 무수히 움직이는 사람들과 쌓이는 시간들을 작품 속에 담아냈다.

그는 사라져가는 물성에 천착하는 작품 ‘언제나 현재’를 선보인다. 작가는 창작소 주변 공사장 소리들을 채집, 시각화했으며 켜켜이 물감을 쌓아올린 평면작업을 조각도로 깎아 만든 작업에서 부산물로 남겨진 물감을 평판으로 제작했다. 흙으로 쌓아 올려진 제단 위 노동의 부산물들은 현재 우리에게 삶이 온전히 본인 것인지 묻고있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홍콩 출신 작가 실라스퐁은 퍼포먼스 작품 ‘빵소리(Bread Whispers)’를 보여준다.

빵을 굽는 퍼포먼스를 통해 단순한 기술전시가 아닌 음식을 나눔으로써 찾아오는 따뜻함과 그것이 만들어내는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할 예정이다.

작가는 빵을 나누는 행위를 통해 친구, 예술, 그리고 변화로 이어주는 방식을 제시한다.

조은솔 작가는 열린 공동체, 생명 공동체의 새로운 존재양식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 ‘공유 서식지_입구멍’을 소개한다.

그는 공동체 안 우리의 모습을 ‘생존을 위해 경쟁을 하며 함께 공존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지키며 협력하는 공생관계’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경쟁의 과정은 아이러니하게도 고유성을 버릴 때 비로소 얻어진다고 이야기하며 타자를 향한 열린 상태, 끊임없는 성찰, 자발적 내려놓음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공동체 없는 공동체를 목표로 기존의 개념을 해체하고 새로운 존재양식을 살펴본다.

한편, 레지던시 전시 이후에는 호랑가시나무창작소의 10주년 역사를 담은 기념전이 예정돼 있다. 그동안 창작소를 거쳐간 50여명 작가들의 작품과 지역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