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동원 희생자 80년만의 귀향
2023년 12월 05일(화) 19:52

태평양전쟁 당시 일제에 의해 강제동원됐던 희생자의 유해가 80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 고향인 영광군 홍농읍 진덕리 선산에서 영면에 든 고(故) 최병연씨는 1942년 11월 끌려가 이듬해 남태평양의 타라와섬(현 키리바시공화국 수도)에서 벌어진 전투 때 숨졌다. 유해는 두개골부터 발가락까지 각각 별도 보관된 상태였으며, 인체의 형상대로 맞춰 나갔으나 모진 세월에 온전치 못했다.

작은 사진 속 군복을 입은 아버지 모습이 유일한 기억이라는 차남 금수(81)옹은 “먼저 세상을 떠난 형의 부탁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지 않아도 돼 꿈만 같고 다행이다”며 “시장에 나가 삼베를 팔며 생계를 꾸리고 고생한 어머니와 다시 만나 꽉 끌어안고 금슬좋게, 행복하게 지내셨으면 한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부의 유전자(DNA) 대조 결과 타라와에서 한국인 사망자는 현재 1천117명으로 파악되며, 국내 봉환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 유해는 2019년 신원이 확인됐지만 코로나19 확산 등을 이유로 키리바시공화국에서 머물렀다가 지난 9월 미국 국방성에 의해 하와이로 옮겨졌다. 시민모임에 따르면 최씨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성의나 그 어떤 협조도 없었다. 추도식 행사에도 그들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 전몰자 유골 수집 추진법을 제정해 DNA 검사를 실시해 자국민으로 나올 경우만 인도하며 한국인은 배제되고 있다. 가해자 일본은 무고한 사람들을 전쟁 총알받이로 삼았다. 학계는 오키나와, 남태평양, 동남아시아 등에서 강제동원돼 숨진 사망자는 군인·군속 2만2천명, 노무자 1만5천명 등을 포함해 최소 8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세상을 떠난 통한의 아픔을 속히 달래줘야 한다. 국내외에서 추모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각성, 인도주의적 노력을 거듭 촉구하는 바다. 한일관계에 앞서 과거 침략의 역사부터 인정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남은 유골을 모두 송환하고 배상해야 한다. 국가의 책무다. 우리 정부는 마지막 한 분의 유해까지 돌아올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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