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구 마을기업 ‘본빵’ 이야기 / 박준수
2023년 12월 05일(화) 19:52
박준수 시인·경영학박사
도농복합지역인 광산구로 이사온 지 2년6개월. 도심에서 거주할 때와 달리 자연을 접할 기회가 많아졌다. 차량으로 10분이면 황룡강 수변공원을 거닐 수 있고, 20분이면 임곡동이나 삼도동 같은 고즈넉한 농촌마을을 만날 수 있다.

최근에는 본량동에 위치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을 드라이브했다. 차창 너머로 용진산과 어등산 자락까지 이어지는 들녘이 어스름한 안개 속에 평화롭게 펼쳐졌다. 초겨울 농사일을 마친 논들이 마치 밀레의 ‘만종’을 연상케 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주민들이 뭉쳐 6차산업에 도전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끝나는 지점에 노란 풍선간판 ‘카페 본빵’이 눈에 띄었다.

본빵은 2020년 4월 주민 26명이 참여해 출자금 4천900만원으로 설립한 마을기업이다. 폐교된 옛 본량중학교에 들어선 주민참여플랫폼 ‘더하기센터’가 모체가 됐다. 이곳에서 2년간 바리스타교육과 제과제빵 기술을 익힌 주민들은 본량에서 생산되는 우리밀과 보리를 이용해 6차산업에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그렇게 해서 ‘본빵협동조합’이 설립됐고, 카페 본빵을 창업해 올해 4년째를 맞고 있다.

본빵은 이름 그대로 ‘기본에 충실한 빵을 만들자’라는 정신을 담고 있다.

그래서 원료부터 ‘신토불이’를 고집한다. 수입 곡물을 쓰지 않고 본량 들녘에서 농민들이 땀흘려 가꾼 우리밀과 보리를 직접 제분해서 사용한다. 매실청, 감식초, 식혜 등 음료도 농민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빚은 것들이다.

본빵을 대표하는 빵은 오월주먹빵, 매실찰보리빵, 소금빵이다. 그리고 15가지 루뱅쿠키를 구워낸다.

이 가운데 오월주먹빵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기억하자’는 의미를 담아 개발한 빵인데, 이 빵이 탄생하게 된 과정이 흥미롭다.

창업 직후 빵을 만들기 위해 제분소에 우리밀 분쇄를 부탁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보리를 맡긴 것이었다. 밀가루가 아닌 보리가루로 빵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때 마침 5월을 앞둔 시점이라 주먹밥 형태로 둥글게 뭉쳐서 ‘오월주먹빵’이란 이름을 붙여서 팔기로 했다.

그렇게 ‘오월주먹빵’이 첫선을 보이자마자 입소문이 나면서 전국에서 주문이 봇물처럼 밀려들었다.

오월주먹빵, 매실찰보리빵 인기

주로 학교에서 5·18광주민주화운동에 관해 교육을 진행하면서 주먹밥 체험을 대신해 청소년들의 기호에 맞는 ‘오월주먹빵’을 선호한 결과이다.

기대 이상으로 호응을 얻고 있으며 여름 기간 월 매출액이 3천-4천만원에 달한다.

매실찰보리빵 역시 이 곳만의 특화된 효자상품이다.

본량에서 맑은 공기를 맞고 자란 찰보리와 매실농원에서 직접 담가 만든 홍매실청을 혼합해 부풀린 매실찰보리빵은 카스테라처럼 푹신푹신해 식감이 부드럽다. 또한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소화에도 부담이 없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가 높다.

소금빵은 발효빵의 일종으로 가장 대중적인 빵이다. 커피와 잘 어울려 고객들이 꾸준하게 찾는 품목이다. 이밖에 쿠키종류도 매장과 인터넷 주문을 통해 판매를 늘려가고 있다. 온라인 판매는 전체 매출액의 15% 가량을 차지한다.

손님이 붐비는 요일은 금요일과 토요일이다. 외지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은데, 블로그 등 인터넷에서 정보를 접하고 방문하는 고객들이 늘고 있다. 또한 인근 닭요리집(‘용진산장’)과 보리밥집(‘뜰’)에서 식사를 마치고 차를 마시러 들리는 경우도 있다. 이 손님들에게는 10% 할인해준다.

소멸위기 농촌마을에 활력소 기대

본빵의 주고객층은 30-40대 젊은 연령층이다. 현재는 비발효빵 위주로 구성돼 있는데, 앞으로 선호도가 높은 발효빵을 더 많이 만들기 위해 시설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아울러, 본량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가공해 커피숍이나 식당 등 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으로의 확장도 고려하고 있다.

본빵은 현재까지 성공한 마을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상주인구가 적은 농촌지역에서 지속적으로 유지·발전하기 위해서는 보다 치밀한 마케팅전략이 필요해 보인다.

우선, 외부 고객 유입을 늘리기 위해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 장소적 매력을 페이스북이나 유튜브를 통해 적극 홍보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또한 처음 방문하는 고객에게는 본량에서 생산되는 원료로 만든 빵과 음료라는 로컬푸드 개념을 부각시키기 위해 무료 시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고령인구들만 남아 소멸위기에 처한 농촌마을이 ‘본빵’과 같은 마을기업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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