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아 교정’, 건강·심미적 만족감 두 마리 토끼 잡는다 ●교정 치료 ‘건강한 100세 시대’ 위해 치아 관리는 기본이자 필수 균형 회복 속 아름다움은 덤…임플란트 전 필요하기도 정리=기수희 기자

2023년 12월 05일(화) 20:17

엄기수 광주 피카소 교정치과 원장

교정치료 환자에게 치료 이유를 물으면 10명 중 9명가량이 ‘심미적인 이유’를 꼽는다. 치아가 삐뚤어서, 앞니가 튀어나와서, 치아 사이 공간이 보기 싫어서 등 기존보다 예뻐지고 싶다가 주된 치료 동기이다. 맞다. 누구나 예뻐지고 싶어 한다. 예뻐지고 싶어 하는 데는 남녀도, 나이도 상관없으며 이는 현대 인류의 당연한 심리인 듯하다.

교정치료는 다른 성형·피부 치료처럼 단지 예뻐지기 위해서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교정치료는 건강을 위한 치료다. 그렇다면, 예뻐지기 위해 교정치료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말인가? 대답은 ‘노’다. 심미와 건강, 아름다운 치열과 건강한 치열은 일치한다. 예뻐지기 위해 치료 받지만 사실 건강해 지는 것이다. 엄기수 광주 피카소 교정치과 원장을 통해 교정치료 전반에 대해 알아본다.


◇치아 생존율 높여 100세 시대 필수

‘치열이 건강해진다’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내 치아를 오랫동안 잘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정치료를 받은 치열과 그렇지 않은 치아의 생존율 차이는 이미 논문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교정치료를 통한 올바른 치열의 확립은 치아의 생존율을 높여 자기 치아를 가능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준비가 되는 것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인생 100세 시대가 현실인 세상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생 100세 시대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다. 치아도 마찬가지로 100세 시대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 노년의 치아 상실이 뇌의 기능에도 영향을 준다는 논문이 있을 정도로 치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100세 시대를 위한 기본이자 필수라 할 수 있겠다.


◇“나이 들면 치료 안돼”는 사실 아냐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아직도 나이 먹으면 교정치료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은 듯 하다. “교정치료는 어린 아이들만 받는 거 아닌가요?”, “나이 먹어서도 교정치료를 받을 수 있나요?” 등의 문의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상담 차 내원한 40대 환자도 이 같은 질문을 했다. 그 환자에게 방금 전 치료받고 나간 분이 60대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많은 이들이 나이 먹어서 교정치료를 하면 안 되는 이유로 ‘잇몸이 약해진다’를 꼽는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잇몸이 안 좋아서 오신 분들의 대부분은 치열이 좋지 않아 구강관리가 안 되는 경우다. 그런 상황에서 방치하면 갑자기 구강 관리가 잘 될 것인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다. 혼자서 관리가 안 되기 때문에 전문가가 필요한 것이다. 관리가 안 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바꿔줘야 혼자서도 지속적인 관리를 할 수 가 있는 것이다. 오히려 나이가 먹을수록 늦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현재가 가장 젊을 때이니 지금부터 관리를 해줘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교정치료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주장한다.

엄기수 광주 피카소 교정치과 원장이 내원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하고 있다.

◇무너진 균형 잡고 유지하는 역할

필자는 최근 스페인으로 여행을 다녀왔다. 그때 세고비아의 로마 수도교를 직접 볼 기회가 있었는데 당시 느꼈던 놀라움이 잊히질 않는다. 로마시대에 물 공급을 위해 교량 형태로 지어진 건축물인데 그 오랜시간 동안 이 장엄한 건축물이 유지되고 있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멀리서 봐도 그 아름다운 균형감과 자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놀라움은 더욱 커졌다. 화강암 돌들이 이리저리 쌓여 있는 것 같은데 절묘하게 서로가 서로를 지탱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의 균형을 잡아주기에 그 긴 시간 모진 풍파 속에서도 지금까지 그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으리라. 균형의 중요함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치아도 마찬가지다. 균형이 무너진 치열은 어떻게 될 것인가? 대부분의 환자들이 치아 하나 또는 두 개를 가리키며 “저는 이 치아가 유독 삐뚤어 졌어요”, “튀어 나왔어요” 등의 얘기를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 치아들이 왜 탈선했는지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는 듯 하다. 균형이 무너진 것이다.

환자들은 또 “내가 어렸을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나이 먹으면서부터 이렇게 돼버렸어요”, “결혼 전에는 안 그랬는데 출산 후 갑자기 변해버렸어요” 등의 얘기도 많이 한다. 어렸을 때 겨우 버티고 있던 치아가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가고 있던 것이 이제야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래서 교정치료는 어렸을 때 받으면 좋다. 교정치료는 무너진 균형을 다시 잡아주며 오랫동안 그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치료이기 때문이다. 물론 나이 들어서도 교정치료는 필수다. 무너진 균형이 잡혀야 치아를 더욱 오랫동안 건강하게 쓸 수 있고 빠진 부분은 임플란트 등 보철 치료를 할 수 있다. 균형이 확연하게 무너진 경우 임플란트를 하기 위해서라도 교정치료는 필수다. 이때 예뻐지는 것은 덤이다.

끝으로 지난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 진영이 내세웠던 구호를 빌려 쓰면서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바보야! 문제는 균형이야!”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