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재유출 예방과 전남교육청의 역할 / 박남기 |
| 2023년 12월 07일(목) 19: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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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재유출 예방 정책은 이들이 전남에서 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까지 졸업한 후에 전남에 정착하게 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미래 인재인 뛰어난 학생들이 고향을 떠나는 것은 더 나은 교육을 받기 위해서이다. 이들이 세계적 인재가 되도록 길러줄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기 어려울 경우에도 이들을 잡아두고자 하는 것은 타당한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뛰어난 전남 학생들이 전남지역에서 대학까지 졸업하도록 다양한 유인을 제공하는 것이 전남 발전에 보탬이 될 것인지에 대해 따져볼 필요가 있다.
고향을 떠나 더 나은 여건의 학교로 진학하는 것을 인재 유출로 간주하며 이를 막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면, 그 정책은 결실을 맺기 어렵다. 대한민국은 주거이전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이기 때문이다. 핵심은 타 지역에서도 오고 싶은 초·중·고교를 몇 개라도 더 만들고, 전남 학생들에게 우선권을 보장해주는 것이다. 전북 김제시의 경우에는 “대치동 안 부러운 ‘공립학원’”을 통해 이 문제를 완화하고 있다.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학생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게 분석하고, 그러한 수요를 충족시켜주는 접근은 필요하다. 나주혁신도시에 특목고나 자사고 설치도 그러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더 근본적인 대안은 떠나는 학생들이 타 지역에서 훌륭한 인재로 성장한 후에는 전남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도록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네트워킹을 강화해가는 것이다. 연어는 강을 떠나 대양에서 성장한 후에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들이 떠나는 것을 막기보다는 떠나서 성장한 후에 돌아오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돌아온다는 의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지역이 제공하는 좋은 일자리를 찾아서 회귀하는 몸의 회귀이다. 몸은 회귀했는데 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이나 사랑하는 마음이 없다면, 이들은 지역의 자원을 흡수해 다시 타 지역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는 정신적 회귀이다. 비록 타 지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지만 마음은 회귀하는 것이다. 자신이 전남의 아들·딸임을 기억하며,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남 발전에 기여한다면, 이 또한 진정한 회귀로 볼 수 있다. 이들이 정신적 회귀를 할 수 있으려면, 타 지역으로 진학한 후에도 전남교육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이들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필요한 물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심리적·문화적 지원 및 관계를 지속해가야 한다. 그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남의 딸과 아들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며 성장해간다면 이들은 진정한 전남의 인재가 돼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면이나 군 소재지 학교 유지를 위해 교육예산을 사용하면서 그것이 지역인재 육성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재고할 부분이 있다. 면 소재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없애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던 면의 유지가 자신의 자녀는 인근 군청 소재지나 대도시로 보내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때로는 자신만 그곳에 살고 가족은 아예 인근 대도시로 옮기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서도 학교 유지를 주장하는 이유는 학교가 지역민의 삶의 질 및 복지 향상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역 학교 유지 및 발전을 위해서는 교육자치단체만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과 관심이 함께 주어져야 한다. 혜택을 받는 지역민과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학교 활성화를 위해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을 함께 투자할 의향이 없다면, 교육청은 유지 여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타 지역학생들도 유인할만한 초·중·고교를 더 만드는 데 예산을 집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나은 대안이 될 것이다. 교육부가 주관하는 ‘농어촌 참 좋은 학교’에 내년에는 전남의 더 많은 학교가 선정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