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도심 개방화장실 실상은 ‘폐쇄화장실’ 일부 문 잠겨 ‘사용 불가’…위치 알리는 안내판 없어 불편 자치구, 개별 상가 지정…상인들 “쓰레기·오물 피해” 호소 장은정 인턴기자

2023년 12월 07일(목) 20:17

7일 광주 동구 소태동 한 개방화장실의 문이 굳게 잠겨있어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은정 인턴기자

광주 도심 곳곳에 조성된 ‘개방화장실’ 다수가 문이 잠겨있거나 위치를 알리는 안내판조차 없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7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개방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제9조 제2항에 따라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5개 구청장이 지정한 곳들을 말한다.

관련 조례에는 ‘시장은 개방화장실을 인지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구청장과 협의해 각종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와 ‘시로부터 관리운영비를 교부받은 자는 개방화장실을 청결하게 유지, 편의용품을 비치·제공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이에 의거해 각 자치구는 개별 상가 등을 개방화장실로 지정하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개방화장실의 개소수는 동구 169곳, 서구 198곳, 남구 173곳, 북구 220곳, 광산구 253곳 등 총 1천13곳이다.

하지만 이날 찾은 동구 학동의 한 개방화장실은 안내판이 낡아 정확한 위치가 어딘지 알기 어려운 상태였고, 한동안 사람들이 이용하지 않았는지 화장실 문 바로 앞에 거미줄이 잔뜩 처져 있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9조에는 ‘업무 특성상 보안이나 안전관리가 필요 등이 아닐 시 해당 시설물에 설치된 화장실을 공중이 이용하도록 제공해야 한다’고 적시돼 있지만,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직업 특성상 밖에서 화장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택시기사 A(55)씨는 “인터넷에 개방화장실을 검색해 해당 화장실을 찾아가도 문이 닫혀있어 이용할 수 없는 곳이 많다”며 “급할 때 찾는 게 개방화장실인데 폐쇄화장실이 ‘다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상가들의 불만도 높았다. 개인 소유 공간을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는데, 만취 상태로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용변을 참지 못한 일부가 상가 주변 또는 화장실 문앞에 구토나 용변을 보고 도망가는 등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남구 양림동 한 상가 주인은 “구청에서 사정을 해서 7년 정도 개방화장실을 제공하고 있는데 밤 늦게 술을 잔뜩 마시고 와서 토하고 가는 사람, 주변에 대변을 보고 도망가는 사람들 때문에 너무 지친다”며 “영업만으로도 힘든 상황인데 일이 더 늘어 내년에는 제공하지 않을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 5개 자치구는 주기적으로 개방화장실 운영 실태를 살피고 있지만, 별도로 지원비를 지급하거나 직접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상가 같은 경우 분기별로 화장지나 쓰레기봉투를 지원하고 있다”면서도 “100곳이 넘어가는 개방화장실에 별도 예산을 투입하거나 직접 관리하기엔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관계자는 “상가들이 겪고 있는 불편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쓰레기 무단 투기, 용변 피해 등에 대해선 처벌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장은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