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 교육과 학습동아리의 필요성 / 서순복

2023년 12월 10일(일) 19:05

서순복 품자주자시민들 대표회장 / 조선대 법학과 교수

밀림에 불시착한 비행기에 유일한 생존자인 아이가 늑대에 의해 길러졌다면, 그 아이는 몸에 털이나고 늑대의 울음소리를 내며, 네 발로 기어다닐 것이다. 사람은 그냥 방치하면 안된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지만 양육되고 사회화되면서 성장한다. 자연(nature)과 육성(nurture) 사이에서 타고난 소질 이외에 교육과 양육이 필요한 것이 우리네 사람이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대로만 크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 어떤 책을 보고 감동을 받느냐 등 의지와 노력과 인연에 의해 자기 삶이 영향을 받는다. 양육이 55%라고도 한다.

자치발전 역시 누가 갖다주는 것이 아닐 뿐더러, 동네에 오래 산다고 해서 자치에 대해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물론 동네에 오래 살면서 마을 일을 챙기다보면 생활전문가가 될 것이다. 마을 일을 하면서 배운다. 때로 관련 적합한 주민자치 교육을 받으면, 목마를 때 마시는 물처럼 문제해결에 도움을 받을 것이다. 아름다움의 어원은 앎이다. 알아야 아름다운 것이다. 아는만큼 보인다.

주민자치가 거저 되는 것이 결코 아니다. 교육이 있어야 한다. 말과 행동 이전에 생각이 있는 백성이라 나라가 산다고 하지 않는가? 교육이 있어야 한다. 물론 주민자치위원이 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 조례상 6시간 사전교육이 있어야 한다고 되어있지만, 자치단체에서 주관한 무료교육이 있지, 시민단체와 같이 인정할만한 단체를 통한 교육은 조례에만 규정되어있지 현실로 되어지는 곳은 없다.

교육이 있어야 한다. 민주시민교육이 있어야 한다. 독일은 시민교육청이 따로 있다고 들었다. 시민을 그냥 내버려 둔다면 민주시민이 저절로 되는 게 결코 아니다. 사람은 배워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nature보다는 nurture가 더 중요하다. 교육이 답이다. 그것도 관주도 교육이 아니라, 민간주도의 교육이 답이다.

조선시대에도 향약 두레 계와 같은 주민자치공동체 경험이 있다. 환난상휼(患難相恤)·덕업상권(德業相勸) 등의 덕목을 생활 속에서 실천했다.

영암 구림리에서는 500년 대동계가 회사정에서 열렸다. 주민자치는 주민 스스로 지역 현안과제를 알아서 자기책임 하에 처리하는 것이다. 주민자치는 거저 되지 않는다. 자치에 공짜는 없다. 주민자치라는 나무를 키우려면 물을 주고 퇴비를 줘야한다.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知不亦悅乎)라고 했다. 자치를 학습하고 삶의 현장에서 실천해야 한다.

사실 주민은 생활전문가라 할 수 있다. 행정공무윈보다도 시민단체활동가보다도 우리 동네에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문제이며 시급하고도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면에서 주민은 전문가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역량이 성숙돼야 한다. 주민역량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는게 아니지 않은가? 마을에 애정을 갖고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 실천할 일이다.

어느 분이 주권자로서의 민주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감정 라벨링과 감정다스리기와 동등하게 말하기(표현하기)가 시급하다고 했다. 주민자치회 분과회의나 총회 그리고 공론장의 테이블에서 자기 주장을 흥분하지 않고 잘 말하는 사람이 민주시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독일의 시민정치교육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민주적 의견수렴과 사회적 합의 도출 그리고 합리적 유권자를 위한 ‘정치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정치교육 없이 국민의 합리적, 민주적 정치의식이 자발적으로 생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아가 자치의 품질 향상과 민주주의의 성숙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결코 아니고, 민주주의는 만들어 가는 것이다. 시민정치교육과 주민자치교육은 민주주의의 바탕이 되는 가치를 익히고 참여를 통해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배우는 것이다.

그런데 주민자치 실천에 교육도 필요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것은 주민들이 스스로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스스로 모임을 만들고 관련 책을 읽고 전문가를 찾아 말을 듣고 토의와 학습의 필요성을 체감하는, 즉 시민이 주도하는 자발적 학습동아리가 더 필요하다. 공동육아의 문제, 안전한 먹거리 문제, 깨끗한 환경조성, 요양원 안가고 건강하게 늙어가기, 웰다잉 등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몇 사람이 먼저 모여, 어떻게 내가 사는 우리 동네에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함께 학습해보는 것이다. 함께 영화와 요리를 배우는 동아리도 좋다. 좋은 동네, 좋은 세상 만드는데 그 발신지가 우리 광주이면 더 좋겠다. 학습동아리가 많아진다면 자발적 동력을 갖고 우리 광주공동체는 분명 건강하게 더 발전할 것이다. 교육보다 학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