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밀도’…순수한 아름다움을 만나다 예술공간집·위드아워핸즈 공동 기획 전시 ‘온전한 밀도’전…오는 21일까지 예술공간집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12일(화) 19:34

예술공간집에서 열리고 있는 ‘온전한 밀도’ 전시 전경

가장 온전한 자연의 재료들이 빚어낸 아름다운 공예예술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예술공간집과 위드아워핸즈(With Our Hands)가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 ‘온전한 밀도’전이다. 그간 지역 미술계에서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보여준 두 단체가 만나 공예예술 컬렉션의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전시에는 고보경(섬유), 김설아(현대미술), 김전욱(목공예), 백아란(섬유), 신민석(목공예), 이치헌(도자) 등 총 6명 작가가 함께한다.

이들은 예술의 고유한 가치와 기물이 가진 쓸모의 가치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은 찻잔에서부터 달항아리, 거대한 의자 등 공예와 순수미술 50여 점이다.

이치헌作 ‘달항아리’

하나 하나의 작품이 가진 멋스러움은 1967년생 한옥집인 예술공간집이라는 공간과 만나 더욱 깊은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전시 제목인 ‘온전한 밀도’와 같이 이곳에 모인 작품들은 가장 온전하다 할 수 있는 자연 재료들로부터 비롯됐다. 흙으로 빚은 도자기, 연필로 그린 드로잉, 종이와 실로 만든 섬유 예술, 나무로부터 빚은 가구 등 자연의 일부는 작가의 손과 마음을 거쳐 작품이 됐다.

서로 다른 형식의 작품들이지만 출발 지점은 ‘자연’이라는 온전함이다. 태우고, 깎고, 굽고, 칠하고, 그리고, 꿰매는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온전한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고보경 작가는 한 가닥 실로부터 시작된 부드러운 조각을 만들어낸다. 가느다란 실과 바늘이 맺은 촘촘한 연결고리는 끝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대변한다. 병과 그릇을 감싼 섬세한 실과 바늘의 행적은 원래의 물성을 벗어나 또다른 조형으로 작품에 담긴 긴 시간과 고단한 손길을 따뜻하게 보듬어낸다.

김설아 작가는 드로잉 작품과 프린트 에디션 작품을 선보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적인 것들의 움직임, 혹은 소리를 탐색해 언어화할 수 없는 작은 목소리를 지닌 대상을 환유적 상상력으로 소환한다. 그의 의도처럼 섬세한 선들이 자아낸 형상들은 시공간을 초월한 미지의 생명체와도 같이 인식된다.

지리산 구례의 자연 아래서 목기와 가구를 만드는 김전욱 작가는 ‘나무’를 주재료로 다양한 것들을 만든다. 이번 전시에는 구유, 제주 함지박 등을 재가공한 의자 등 ‘거믄목기’ 외에 다양한 형상의 의자들을 선보인다. 나무의 결과 형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김전욱作 ‘거믄목기’

백아란 작가는 광주에서 처음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뉴욕 도나 카란 콜렉션, 랄프로렌 등 다수의 패션하우스에서 니트 디자이너로 근무했고, 우고 론디노네와 빅토리아 바트렛의 공동 퍼포먼스 소재 니트작품 제작, 톰 브라운 니트샘플 제작 등 패션 현장에서 활약하는 작가다. 섬유라는 소재가 갖는 특유의 따뜻함과 유연함을 ‘이어짐’, ‘엮어짐’의 형상으로 이미지화하며 인간의 삶을 보여준다.

신민석 작가는 목공예를 기본으로 하는 가구디자이너로 어릴 적 향수로부터 기인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어머니와 외할머니의 생활 소품이나 도구들을 장난감 삼아 놀던 기억들이 모티브가 돼 많은 이들과 기억을 공유하고자 한다. 단단한 나무의 결과 아름다운 색을 지닌 그의 작품은 한옥집 나무와 깊은 어우러짐을 선사한다.

사진 위로부터 고보경作 ‘Soft Sculpture’, 김설아作 ‘무제’, 백아란作 ‘Machine-knittedcotton’, 신민석作 ‘타원스툴’

이치헌 작가의 달항아리들은 전시장 바닥에 놓여 더욱 자연스럽고 꾸밈 없는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무한 변주되는 백색의 달항아리와 기물들은 전시장 벽면과 테이블 위에서 한데 어우러지며 자연을 닮고자 한 작가의 손길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한편, 이번 전시를 공동 기획한 ‘위드아워핸즈’는 다양한 문화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오고 있는 브랜드다. 실용적인 기물이자 미술적 가치를 지닌 공예 작품을 큐레이팅해 소개하고 판매하며 갤러리 등 공간과의 협업을 도모한다. 아울러 한국의 정체성과 각 지역별 고유한 전통 공예를 오늘날까지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한국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해외에 알리고 판매하는 데도 주력한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