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봄’ 참군인 정선엽 병장 훈장 추서는 순리

2023년 12월 13일(수) 20:10

영화 ‘서울의 봄’ 흥행으로 전두환의 12·12 군사반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광주·전남에서는 당시 신군부 총탄에 스러져간 고 정선엽 병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광주 모교인 동신고에서는 의로운 죽음을 기억하는 추모식이 치러졌다. 참석자들은 불의를 참지 못하며 애국심이 남달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한 불법 쿠데타에 맞서다 전사한 참군인의 표상에 걸맞게 훈장이 추서되길 바랐다. 동생 정규상씨는 “사람들이 반짝 들여다 보는 게 아니라 꾸준히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했다. 그동안 모임을 매년 가져온 동창과 동문들은 2017년부터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숭고한 뜻을 기리다 이번에 체육관에서 총동문회 주최로 공식 행사를 열었다. 고향인 영암에서도 ‘내 고장 영웅 정선엽 병장 추모제’가 개최됐다.

무수히 44년이 흘렀다. 이제라도 숭고한 정신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 정 병장은 국방부 헌병으로 복무 중 1979년 12월13일 오전 1시 40분께 육군본부를 연결하는 지하 벙커에서 1공수여단 소속 반란군에 저항하다가 총탄 4발을 맞아 숨졌다. ‘서울의 봄’ 영화 속 실존 인물로 23세였던 정 병장은 조선대 전자공학과 재학 중 입대했으며 제대를 불과 3개월 앞두고 있었다.

전두환의 쿠데타는 ‘실패한 반역’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이듬해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유혈 진압하고 마침내 그들의 목표인 정권을 탈취했지만 결코 ‘성공한 혁명’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전두환과 노태우가 자신의 죄과를 인정하는 한 마디 사과나 증언 없이 생을 마쳐 단죄가 완성되지 못했다.

국민과 나라를 위해 의연히 산화한 정선엽 병장은 고 김오랑 중령과 함께 자랑스런 영웅이다. 후대에 널리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조속히 명예회복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12월에서야 국방부 산하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순직’에서 ‘전사’로 바로잡았다. 40여 년 통한의 눈물을 흘린 유족에 대한 배상도 순리다. 훈장 추서 또한 지극히 당연하다. 기꺼이 목숨 바쳐 희생한 유공자를 합당하게 예우하는 것, 국가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