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컬, 라이즈, 그리고 지역대학 / 주정민 |
| 2023년 12월 13일(수)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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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글로컬 30’이라는 이름으로 2025년까지 비수도권 30개의 대학을 선정해 5년에 걸쳐 대학별로 매년 200억 원씩을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올해 첫 사업공모에 108개 대학이 지원했고, 15개의 예비대학을 지정한 후, 최종 10개 대학을 선정했다.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20개 대학을 더 선정한다. 워낙 큰 액수의 재정지원 사업이어서, 지역대학은 사활을 걸고 대응하고 있다.
올 초 정부는 지역이 주도하는 대학지원 모델을 만들겠다며 ‘지역혁신 중심 대학지원 체계(RISE)’ 사업을 시작했다. 광역 지자체가 지역대학을 지원하는 거버넌스 구축이 기본 취지이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왔던 대학 예산의 50% 규모인 2조원 정도를 지자체에 넘겨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지금까지 교육부가 직접 대학의 재정지원 사업을 지원해왔으나 앞으로는 지자체가 육성할 대학을 선택하고 해당 대학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올해 5곳의 지자체를 선정해 시범운영을 시작했다.
글로컬과 라이즈 사업은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경쟁력이 약해지고 있는 지역을 대학의 혁신 동력으로 활성화하겠다는 구상이다. 대학에서 지역산업에 필요한 아이디어와 인력을 제공하고, 지자체는 재정과 행정 등의 지원을 통해 지역혁신을 추동한다는 생각이다. 지역의 현안과 과제를 중앙정부가 나서기보다는 지역 스스로가 해결해보라는 의지가 담겨있다. 지역을 살리기 위해 지역 대학과 지자체의 협력 모델을 만들어 보라는 것이다.
대학이 지역혁신의 중심이 되고, 이를 지자체가 지원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누구나 동의한다. 실제로 일본 등에서도 유사한 사업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킨 선례가 있다. 지역대학의 혁신모델인 일본의 요코하마시와 요코하마대학, 스웨덴의 말뫼시와 말뫼대학, 독일의 아헨시와 아헨공대, 영국의 길포드와 서리대학 등도 지역과 대학이 협력한 경우이다. 대학이 지역혁신의 동력이 되고, 지자체는 대학을 적극적으로 도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지역대학이 중심이 되는 지역혁신은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으로만 성공할 수 없다. 지역의 기업체와 연구소, 시민 등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전과 다른 재정지원과 제도 개선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동안 정부가 지원해왔던 재원을 단순히 지자체에 이양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별도로 예산을 마련해 통 큰 지원을 해야 한다. 아울러 과감한 규제혁신을 통해 대학과 지역 혁신을 가로막은 장벽을 제거해야 한다.
이 사업이 성공할지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사람도 많다. 이들의 얘기를 종합해 보면, 지역 간 산업 규모의 차이, 특성화 대학과 종합대학의 기능 차이, 지역대학의 사회문화적 역할, 기초 보호 학문 분야의 소외, 지자체의 예산지원에 따른 지역대학의 종속, 관련 연구소와 기업의 참여와 보상, 지역대학에서 배출한 인력의 지역 정착 지원 등을 과제로 꼽고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가 지역과 대학의 현실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고, 해보지 않은 일을 시작하면 두려움과 걱정이 앞선다. 글로컬과 라이즈 사업이 그렇다. 그동안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을 지역대학과 지자체가 함께 하게 돼 우려와 고민이 많다. 특히 길게, 멀리 보는 대학에서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일을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지금까지 경험이 없는 고등교육 정책을 담당해야 하는 지자체도 어렵고 힘든 과정이다. 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참여하는 주체들의 동의와 실행이 뒷받침돼야 한다. 더 많은 소통과 협력, 그리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