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치사’ 혐의 같은데 처벌 달라 왜? 안재영 기자

2023년 12월 13일(수) 20:48

운전 중 발견하지 못한 전방의 사람을 들이받아 사망에 이르게 한 운전자들이 법원에서 각각 다른 판결을 받았다.

13일 광주지법 등에 따르면 형사2단독 윤명화 부장판사는 최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등으로 기소된 A(20대)씨에게 금고 10개월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0월21일 광주 북구 한 편도 3차선 도로에서 전기 오토바이를 타던 중 도로를 무단횡단하려다가 다시 인도로 돌아가던 B(48·여)씨를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윤 부장판사는 “B씨에게도 사고의 발생 또는 피해 확대의 과실이 있다”면서도 “A씨가 면허와 보험 없이 전기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를 냈고, B씨의 유족과 합의에 이르지도 못한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밝혔다.

반면, 광주지법 형사11단독 정의정 부장판사는 앞서 나주시 남평읍 한 농로 맞은편에서 오던 자전거를 보지 못하고 들이받아 운전자를 숨지게 한 C(60대·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사고가 난 농로에는 가로등 등의 조명과 반사경 따위의 교통사고 예방 시설물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씨는 자전거 운전자를 사고가 나기 1초 전에서야 발견했고 제동장치를 작동했는데, 당시 주행속도에 따른 정지거리를 고려하면 충돌을 회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 측은 C씨가 전방주시를 게을리 한 과실이 있다 주장하지만, 자전거 운전자 사망에 대한 인과관계가 모두 인정되지 않는다”며 “이 사건의 경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