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가지 색채로 보여주는 영원과 안식의 공간 김보현·오승우 화백 2인전 ‘마음에 그리는 낙원’…내년 2월23일까지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17일(일) 19:30

김보현作 ‘순간을 위한 기다림’

오승우作 ‘十長生圖’

김보현, 오승우 두 작가의 영원한 자유와 안식을 간직한 이상향 세계가 펼쳐진다.

조선대학교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내년 2월23일까지 2023년 마지막 소장품전 ‘마음에 그리는 낙원-김보현·오승우 2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두 작가가 성취해낸 황금기의 작품세계를 감상하면서 이들이 희망했던 이상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리다.

13년의 나이 차가 나는 김보현(1917-2014), 오승우(1930-2023) 작가는 각각 미국과 한국에서 독자적인 화업을 구축했지만, 두 작가 모두 인생 말년에는 그간의 삶을 돌아보며 꿈꿨던 이상향을 저마다의 색채로 그려냈다.

김보현 작가 작품은 1990년대, 2000년대로 나눠진다.

1전시실 1990년대 작품은 동화 같은 상상력이 돋보인다. 밝은 색채가 대부분이며 자신의 기억과 상상에 의해 연상되는 이미지를 구상한다. 2전시실 2000년대 작품에서는 색채와 형태가 희미해져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는 마치 그가 꿈꾸는 세상과 자신의 영혼이 맞닿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가 생애 마지막으로 시도한 작업 방식은 아크릴로 칠한 화면에 테이프를 붙이는 것으로, 동화적인 세계를 연상시킨다. 그는 삶의 온갖 역경과 고통이 사라진 후, 남은 생의 영원한 자유와 평화를 화면 가득 표현하고 있다.

3전시실 속 오승우 작가 작품은 십장생도(十長生圖)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작가는 평생에 걸쳐 자연의 근원적 에너지와 그 속에서 이룩한 문화유산의 원류를 탐구했다. 그 뒤를 이어 십장생 이미지를 이용, 영원한 자유와 안식이 있는 관념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십장생도’ 시리즈는 우리 땅과 문화의 기운을 영원한 삶과 안식을 약속하는 이상향에 투사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밑칠 작업을 생략하고, 캔버스 위에 바로 그림을 그려 넣음으로써 맑고 밝은 선명한 색감을 살렸다. 이와 함께 ‘동향의 원형’ 시리즈에서는 보이지 않는 자연의 기운, 동양의 역사와 찬란한 문화의 정신 등이 느껴진다.

장민한 조선대 미술관장은 “각자의 색채와 관념으로 이뤄진 두 작가의 이상향을 감상함으로써 우리는 영원한 세계를 상상하고 안식을 꿈꾸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김보현&실비아올드 미술관은 김보현 작품 330점, 실비아올드 작품 78점, 오승우 작품 29점을 소장하고 있다. 매년 4차례의 전시, 연구 자료 구축을 해오고 있으며, 지역민 문화예술 향유에도 힘쓰고 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