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서울의 봄’을 보고 / 홍인화
2023년 12월 18일(월) 20:04
홍인화 5·18민주화운동기록관장
요즘 만나는 사람들끼리 하는 인사말이 있다. ‘서울의 봄’ 봤냐는 거다. 여기 저기서 ‘서울의 봄’을 이야기한다. 우리 가족도 군대 휴가 나온 아들이랑 주말에 보러 갔다. 좌석은 만석이었다. 영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군가는 짙은 여운을 남긴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자막이 다 올라가고 노래가 끝날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영화 ‘서울의 봄’은 감춰진 9시간의 이야기다. 19세 청년 김성수는 서울 한남동에서 20분 넘게 총성을 직접 들었다. 그날의 두려움과 궁금증이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44년이 걸린 셈이다. 오랜 시간 역사 사실에 기반한 극적 재연이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1979년 12월12일, 그날 밤 수도 서울 군사반란 발생. 그날, 대한민국의 운명이 바뀌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10월26일 이후, 서울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 것도 잠시였다. 권력에 눈이 먼 전두광 보안사령관의 반란군과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의 대립이 있었다. 목숨을 건 두 세력의 팽팽한 대립과 갈등, 가장 치열한 전쟁이 141분, 2시간30분. 금새 끝났다.

잘못된 국가권력에 대한 저항이다. 왜 잘못된 국가권력인지 그에 대한 과정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북한을 막는 특수부대까지 동원해서 권력을 찬탈하는 것은 이미 정당성을 상실했다. 반면 5·18광주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북한군의 개입인데 사실 북한군의 개입을 가장 두려워 하지 않은 세력이 바로 전두광이다. 자기의 권력을 사유화할 때는 북한군을 과소평가하고 시민군을 진압할 때는 북한군을 과대평가하면서 북한군을 자유자재로 해석하면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다. 북한군 남침의 가능성은 반공교육에서 시작해서 주한미군 주둔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조치를 정당화하는 엄청난 명분이었다. 그 가능성을 ‘서울의 봄’은 한마디로 일축한다. “오늘 밤 김일성은 안 내려와, 오늘 밤은 여기가 최 전방이야”

권력의 사유화에 있어서 누군가는 군인의 입장에서 저항했다, 그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했지만, 제대로 된 국가권력이 작동했더라면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감수할 수 있었다. 정상적인 올바른 국가 권력이 지켜낼 수 있는 수 많은 피, ‘서울의 봄’을 기대했는데 이뤄지지 않았다. 12·12 구테타에서 바로 잡혔더라면 5·18민주화운동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다. 지연된 민주주의다. 어떠한 이유로도 권력이 사유화 되어서는 안 된다.

80년 5월 광주를 짓밟은 신군부의 잔혹한 권력 찬탈 과정을 전해준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 하면서 잘못된 국가권력에 저항한 ‘광주시민은 마땅히 할 일을 했음’이 밝혀졌다. 그 누군가는 그 자리에서 마땅히 해야할 일을 성실히 묵묵히 해내는 거다.

“군은 국가가 요구할 때 생명을 바치는 데 최고의 가치가 있다”는 장태완 재향군인회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잘못된 국가권력에는 저항하는 게 마땅하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지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신군부의 잔혹한 권력찬탈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과정을 어떻게 피로 물들게 했는지를 가늠케 한다. 덮어두었던 것을 확 열어 제치고 보여줌으로써 시원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다. 그래서 여운이 깊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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