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동심으로’…몸짓+행동, 실험미술 체험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전시관, 이건용 작가 초청 체험형 전시 ‘다섯걸음’ 선·흔적 그림, 자연물 활용 작품 만들며 사물과 세계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 넓혀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20일(수) 19:35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용 작가 초청 체험전 ‘다섯걸음’ 전시 전경

‘다섯걸음’ 체험활동 공간

자신의 몸을 활용해 선을 그어보는 ‘신체드로잉’ 활동 공간.

어렵게만 느껴지는 실험미술이 어린이 체험전시로 펼쳐진다.

광주시립미술관 어린이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이건용 작가 초청 체험형 전시 ‘다섯걸음’이다.

현대미술 원로이자 개념미술의 대가인 이 작가는 1942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출생했으며 1967년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이후 전위미술 단체 ST(Space and Time) 창립멤버로 활동했으며 1973년 파리 비엔날레, 1979년 상파울루 비엔날레, 2000년 광주비엔날레, 2014년 부산비엔날레 등 주요 비엔날레에 참여했다. 2014년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2019년 부산시립미술관 개인전 등을 통해서는 작가가 구축해온 조형논리가 반영된 퍼포먼스와 작업들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작업 과정과 결과를 담은 기록물, 사진 및 영상 등 아카이브 자료를 적극 활용해 꾸며졌다. 시각적으로도 친숙하고 흥미롭게 구성해 어린이들이 새로운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했다.

작가는 몸짓과 행동이 만드는 선과 흔적을 통해 그림을 그리고, 있는 그대로의 자연물을 사용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작품을 만들었다. 어린이들은 작가의 작업이 지닌 흥미로운 그리기, 재료를 다루는 여러 방법을 함께 체험해볼 수 있다.

먼저 전시 주제이기도 한 ‘다섯걸음’ 체험전시는 의자와 백묵을 활용했다. 어린이는 의자에 앉아서 앞으로 ‘하나, 둘, 셋, 넷, 다섯’을 외치며 다섯 걸음을 걸어본다. 그리고 멈춰 선 위치에 분필로 위치를 표시하고 똑같은 행동을 다섯 번 반복한다. 흰색 표시선이 전부 완벽하게 일치하는지, 때마다 차이가 나는지 확인하고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같은 다섯 걸음이라도 생각과 행동의 결과가 다를 수 있음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들은 이 작가의 영상 속 모습을 보며 바닥에 그려진 세 가지 원에 들어갔다가 나오는 체험을 해볼 수 있다. 내가 서 있는 위치에 따라 ‘저기, 여기, 거기’라고 이름 붙여지는 원을 보며 언어의 구조와 의미의 진실성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밖에도 나뭇가지를 활용해 쌓거나 엮어 자유로운 나만의 작품을 만들며 자연의 매력을 느껴보는 활동이나 팔을 힘껏 들어올려 자신의 몸만한 종이에 머리 위에서 발 밑까지 선을 그어보는 ‘신체드로잉’ 등 체험이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전시를 기획한 이혁진 학예연구사는 “새로운 관점을 안겨주는 동시에 기존 미술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러한 미술 작업은 사물과 세계를 보는 어린이들의 안목을 키워줄 것”이라며 “흥미로운 체험을 통해 무한한 미술세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6월23일까지 이어진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