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또 ‘고독사’…잇따른 비보 ‘씁쓸’ 서구 70대 1인 가구…구청 ‘모바일 케어’ 불구 뒤늦게 발견 최근 장애인 조카 돌본 이모·참전용사도 사망 한참 후 확인 안재영·주성학 기자

2023년 12월 20일(수) 20:35

이미지=아이클릭아트

최근 광주 북구에서 70대 월남전 참전용사가 사망한 지 10여일 만에 발견된 데 이어 서구에서도 지자체 복지 대상자였던 독거노인이 고독사로 세상을 떠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앞서 순천에서도 지적장애를 앓던 조카를 50년간 돌봐온 70대 이모가 뒤늦게 주검으로 발견되는 등 예방할 수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이 잇따라 전문가들은 복지 안전망 강화와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이 사회로 녹아들 수 있는 여건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20일 광주 서구 등에 따르면 전날 상무1동 한 빌라에서 A(74)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A씨의 시신은 어느 정도 부패가 진행된 상태였다.

발견 전 경찰과 소방 당국엔 “A씨가 며칠째 연락이 되질 않아 문을 열어봐야 할 것 같다”는 내용의 개방 요청이 상무1동 행정복지센터로부터 접수됐다.

1인 가구인 A씨는 참전명예수당과 지자체로부터 임대료를 지원받는 ‘차상위계층’이며 서구청의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대상자로 확인됐다.

서구청은 만64세 이상 모바일 헬스케어 사업 대상자 중 3일 이상 휴대폰의 수·발신 내역이 없을 경우 ‘이상 징후’가 있다고 판단, 가정을 방문해 안위를 살핀다.

지난 13일 최초 이상 징후를 감지한 상무1동 행정복지센터는 A씨의 집을 방문했으나 당시엔 신변에 이상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다 18일에도 이상 징후가 포착돼 행정복지센터 측은 A씨의 집을 찾았으나 내부에서 벨소리만 들릴 뿐, 만나진 못해 문 앞에 ‘방문 스티커’를 부착했으며 다음 날 오전 다시 A씨의 집을 찾았을 때 방문 스티커가 그대로고 악취가 나 경찰 등에 신고했다.

A씨에 대한 부검은 아직이나, 경찰은 부패 정도 등을 고려했을 때 사망한 지 수일이 지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타살 혐의점도 없어 A씨의 사망은 ‘고독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제는 최근 광주·전남지역에서 A씨처럼 홀로 살다 세상을 떠나거나, 사망한 지 뒤늦게 발견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지난 11일 광주 북구에선 홀로 살던 70대 월남전 참전용사가 사망 10여일 만에, 이달 6일 순천에선 지적장애를 앓던 조카를 50년간 돌봐온 70대 이모가 숨진 지 10일 정도 지난 뒤 발견됐다.

이에 대해 조지현 동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날이 거듭할 수록 복지 정책은 강화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금전적·심리적 지원을 넘어 1인 가구 등 취약계층이 사회로 나올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마을 공동체’가 유지되고 있는 시골에선 매일 보이던 이웃이 나타나지 않으면 걱정하고 직접 찾아가기도 하는 것처럼 어려운 이들에게 당연히 관심을 갖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먼저”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선 민·관이 함께 관심을 갖고 취약계층의 사회적 진출과 융화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재영·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