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숙자의 '작은 학교이야기']주체적인 지역민이 지역을 살린다

고흥점암중앙중학교 교장

2023년 12월 21일(목) 19:37
오랜만에 눈이 제법 내려 반갑다. 겨울다운 눈이다. 그러나 강추위가 걱정된다. 특히 소외된 이웃들의 겨우살이가 그렇다. 지난 달 이맘 때다. 우리 중학교 총동문회로부터 초대장을 받았다. 그러잖아도 장학금을 지원해주고 특히 올해의 경우 국외 수학여행 발전기금까지 모아줘 고마운 마음이 컸다. 그래서 학교 근황도 전하고 감사의 인사도 할 겸 서울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식장엔 진풍경이 펼쳐졌다. 마치 3·1절 국가 행사를 준비하듯 리허설을 하고 있었다. 대형화면에는 올해 우리 아이들의 교육활동 사진과 동영상이 가득했다. 단상은 물론이고 모든 소품에는 우리학교 마크가 어김없이 새겨져 있었다. 시간이 되자 대형 호텔 연회장 각 테이블엔 기수별 졸업생들이 꽉 들어찼다. 장내가 기대와 설렘의 열기로 가득 찼다. 마치 광화문 집회가 연상될 정도였다.

팡파레와 함께 교기가 펼쳐지고 개회식이 시작됐다. ‘행복가족상’을 비롯해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는 ‘장학금형 상’이 수여됐다. ‘귀하는 모교에 대한 사랑이 깊고, 가정을 행복하게 지켜 ~’ 로 시작하는 상문은 참으로 인상 깊었다. 마지막은 교가 제창이다. 일제히 일어서서 손을 힘차게 흔들며 제창하는 모습이 우리 아이들이 교가를 목놓아 부르는 모습과 겹쳐 보였다. 칠십이 넘은 1회 동문도 쩌렁쩌렁 불렀다. 매우 경이로웠다.

단상에서부터 상문, 그리고 곳곳에 새겨져 있는 학교마크, 모교에 대한 사랑의 깊이 만큼 현재의 삶을 다지는 의식과 같은 교가 제창, 이 모든 풍경들 속에서 고흥의 힘이 느껴졌다. 한국사회의 불가사의를 꼽는다면 첫번째가 전역 해병대들의 활동, 둘째가 고흥향우회라고 하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고흥향우회, 그중에서도 우리학교 동문회가 단연 1위이지 싶다.

저출산 고령화, 도시의 비대화 속에서 지역은 갈수록 작고 약해져만 간다. 무엇이든 편향적으로 비대해지면 왜곡과 경화로 스스로 자멸하고 만다. 자크 데리다는 이러한 중앙집중적 사회를 해결하는 전략으로 중심에서 소외됐던 타자들을 소환해 자기 색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어 중심성에 균열을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집중화된 사회에서 작은 학교는 중심에서 벗어난 타자라는 점에서 우리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다. 지금 전남은 교육을 통해 탈중심의 크고 작은 행보를 이어가며 지역을 살리려 하고 있다. 고흥교육지원청의 고흥교육대토론회, 전남교육청의 농산어촌유학 유치를 위한 작은학교 박람회, 24년 여수에서 개최될 대한민국 글로컬 미래교육 박람회가 그러하다.

학교 뿐만 아니라 지역, 국가도 문제에 대한 해결을 지역민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찾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행정기관 주무부처 구성원들의 머릿속에서가 아니라 지역에서 실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주인공인 거다. 지역민이 주체로서 미래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때 지역의 색깔이 묻어 나오는 산업과 그에 적합한 일자리를 만들어내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낼 수 있다.

고흥교육대토론회는 교육을 중심으로 교육지원청, 지자체, 학부모, 학생, 지역민이 한자리에 모여 지역의 발전방안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었다. 우주와의 공존, 생태, 인권이라는 지역의 가치를 우주항공 산업, 스마트 농업을 비롯한 6차산업, 인권을 실현할 문화 산업 등으로 실현하고, 마을과 학교 지역을 연결하여 지역의 아이들이 지역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선순환구조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으로서 지자체와 교육지원청의 중간구조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강한 도시는 애정을 바칠 수 있는 도시다. 동문들의 단단하면서도 끈끈한 모교 사랑, 뼛속까지 고흥인인 고흥사람들, 그리고 어제 오늘 작은학교를 축으로 우리사회의 탈중심화를 향해 고흥의 색을 입혀가는 고흥교육의 행보, 이 모든 것들이 고흥의 ‘힘’이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703155047618572019
프린트 시간 : 2024년 06월 22일 19:5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