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삶 속 진정한 쉼 찾아 떠나는 여정 담아내고 싶었죠” 유소연 개인전 ‘위안의 여정’…27일까지 금호갤러리 현대인 모습 대변하는 ‘유동키’ 소재 회화 20여점 선봬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25일(월) 18:55

작품 ‘13월의 어느날’ 앞에 선 유소연 작가 작품 속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유동키’ 인형 키링

우거진 수풀 사이로 기나긴 여정을 떠나는 이들이 있다. 짙은 초록색 들판 속에서 정처 없이 길을 헤매기도 하고, 풀숲에 잠시 몸을 누이기도 하는 귀여운 당나귀 캐릭터가 눈길을 끈다.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작은 위로와 치유를 전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유소연 작가의 첫 번째 개인전 ‘위안의 여정’이 오는 27일까지 유스퀘어 문화관 금호갤러리에서 펼쳐진다.

작품 속 등장하는 당나귀의 이름은 ‘유동키’. 작가 자신의 성을 붙여 만든 그림 속 주인공이다.

작가는 “어린 시절 동화 속 당나귀는 지친 표정으로 쉴 새 없이 일하는 동물로 그려졌다”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향해 계속해서 움직이며 자신을 채근하는 모습이 현대인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유동키’는 작품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찾아 머나먼 여정을 떠난다.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초록 통로 길을 따라 나서는가 하면, 회오리 바람에 몸을 맡긴 채 어디론가 휩쓸려가기도 한다.

작품 ‘13월의 어느날’에는 자전거를 타고 노란 유채꽃밭을 가로지르는 유동키의 모습이 담겨있다. 따뜻한 느낌을 주는 이 그림은 존재하지는 않지만 희망의 시공간을 의미하는 ‘13월’의 어떤 하루를 펼쳐낸다.

물 표면에 나뭇가지로 그림을 그리며 둘만의 이야기를 나누는 ‘비밀이야기’, 장작불을 바라보며 불멍을 하거나 서로를 다독이는 유동키들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힘과 위안을 준다.

그림 속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유동키’는 작가가 대학교 3학년 재학 중인 시절 처음 등장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며 정신없이 살아오던 중 코로나 팬데믹으로 마주한 공백의 시간은 그에게 적지않은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갑작스레 생긴 쉼의 시간은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작가는 마음 한켠에 짐을 지고 살아온 스스로의 내면을 차분히 살펴볼 수 있는 나날을 보냈다.

그는 “그림 곳곳에서는 회오리를 발견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번아웃을 겪으며 생긴 마음 속 복잡한 감정들이라 할 수 있다”며 “불안과 공허함은 없애고 싶지만 감기처럼 다시 찾아오는 존재들이다. 이 또한 우리 삶의 한 영역이기에 이를 인정하고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었으면 했다”고 밝혔다.

‘유동키’는 한 손에 들어오는 아담한 키링 인형으로도 제작됐다. 지난 9월 김대중컨벤션센터 일러스트페어에 참가한 작가는 다양한 연령층이 그림을 쉽게 접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캐릭터를 굿즈로 만들었다. 이는 페어를 찾은 방문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전시장에서는 쉼을 찾아 떠나는 ‘유동키’ 작품 20여 점과 함께 그림 엽서와 티백이 담긴 조그마한 키트를 만나볼 수 있다. 작품 ‘한잔의 위로’처럼 차 한 잔이 주는 소중한 마음을 주변인들과 함께 나누길 바라며 마련한 작은 선물이다.

작가는 “그림을 보며 편안하고 행복한 마음을 느끼셨으면 좋겠다. 붓끝에서 발색된 깨끗한 마음이 관람객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졌으면 한다”며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선사하는 유동키 동화책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문화예술의 향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