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정치인 이름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이재명 마케팅’에 유권자 혼란 가중 광주·전남지역 일부 출마예정자 인지도 올리기 ‘혈안’ 당내 경선 전까지 사용 가능…민주당 “막을 방법 없어” 박선강 기자

2023년 12월 25일(월) 19:56

사진=아이클릭아트

“더불어민주당 소속 내년 총선 출마자들은 특정 정치인 관련 경력을 사용할 수 없는 것 아닌가요?”

내년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광주·전남 출마예정자들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직함 사용을 놓고 유권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치와 연관돼 있거나 관심을 갖고 있는 경우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알고 있지만 정작 유권자인 시민들은 뭐가 맞고, 틀리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지역민들이 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이재명 당대표의 직함 사용 여부가 당락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내년 2월 말-3월 초로 예상되는 민주당 후보 경선 때부터 이재명 관련 직함을 사용할 수 없다.

경선 전까지 여론조사나 개인 홍보를 위한 SNS, 문자, 전화, 심지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경력에도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3차 비공개 회의를 열고 당내 경선 시 경력을 표기할 때 이재명 대표와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쓰지 못하도록 의결했다.

총선기획단 간사인 한병도 의원은 “후보 검증위원회에서 적격 판정을 받은 예비 후보자 정보 공개와 홍보 공개를 확대하기 위해 예비 후보자 홍보 플랫폼을 운영키로 했다”며 “홍보 플랫폼에 기재되는 예비 후보 대표 경력은 21대 총선과 제8회 지방선거 기준을 준용해 특정 정치인의 성명을 표시할 수 없도록 기준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이재명 당 대표 특보의 경력을 가졌다면 특정인의 이름을 뺀 ‘민주당 당 대표 특보’라고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는 민주당 홍보 플랫폼에만 적용될 뿐, 선거관리위원회 예비후보 명단에 등록하는 대표 경력은 제한이 없다.

정가에서는 출마예정자들이 이재명 당 대표 직함을 사용하는 것 만으로도 각종 조사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직함 사용 유무에 따라 적게는 10%, 많게는 20% 이상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타 지역에선 후보 경력에 이재명 대표를 표기한 신인이 현역 의원을 이기는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방송인 김어준씨가 설립한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의 꽃’이 지난 10월18-19일 당내 비명계인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 주민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현 이재명 당대표 특보’를 경력으로 내세운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의 후보 적합도가 20.7%로, 현역인 이원욱 의원(14.7%)을 앞섰다.

이에 따라 일부 출마예정자들은 ‘이재명 마케팅’에 올인하며 인지도 올리기에 혈안이 돼 있는 상황이다.

지역 정가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물론 정치 신인들도 혁신을 강조하지만 혁신을 위한 정책이나 관련 활동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특정 정치인을 지키겠다’ 혹은 ‘특정 정치인과 어떤 인연이 있다’는 것을 앞세워 선거를 준비하는 것이 혁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광주시당 관계자는 “당내에서 사용하는 직함에는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지 못하는 게 원칙”이라며 “SNS, 여론조사, 선관위 등 당외에서 특정 정치인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현재로선 막을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박선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