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근원 속 인간 존재에 대한 따뜻한 고찰 ●푸른연극마을 30주년 기념공연 ‘The Father’…내년 1월17일부터 2월3일까지 씨어터 연바람 세계서 가장 많이 무대 오르는 희곡 ‘아버지’ 극화 고립돼가는 치매환자의 과정 미스테리하게 풀어 최명진 기자

2023년 12월 28일(목) 19:34

극단 푸른연극마을의 30주년 기념 공연 ‘The Father’가 내년 1월17일부터 2월3일까지 씨어터 연바람에서 열린다. 사진은 ‘The Father’ 연습 장면 <푸른연극마을 제공>

‘노년’이라는 보편성을 실감나면서도 먹먹하게 그려내며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담아낸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극단 푸른연극마을의 30주년 기념 공연 ‘The Father’가 내년 1월17일부터 2월3일까지 씨어터 연바람(동구 구성로204번길 1-1)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푸른연극마을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지난 30년 간 한켠한켠 쌓아올린 창작활동을 되돌아보는 계기이자 예술의 본연성을 다시 한번 추적하는 의미로 마련됐다.

‘The Father’는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 ‘아버지’를 극화한 작품이다. 이 희곡은 안소니 홉킨스 주연으로 아카데미 연기상 후보로 올랐던 영화 ‘더 파더’의 원작이기도 하며,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이 무대에 오르는 프랑스 희곡으로 알려져있다.

한 노인이 치매 속에서 고립돼가는 과정을 미스터리하게 풀어나가는 이 작품은 미로처럼 설계된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 스스로가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갈 수 있게 한다. 과감하고 차가운 색채를 가진 작품이지만 동시에 인간을 향한 애처로운 시각이 담겨있기도 하다.

이야기는 파리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는 80세 노인 ‘앙드레’와 딸 ‘안느’의 간병인에 대한 논쟁으로 시작된다.

안느는 일을 해야 하고 아버지를 홀로 둘 수는 없었기에, 앙드레에게 간병인을 붙여줬지만 그는 그것이 못마땅하기만 하다. 간병인이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손목시계를 훔쳤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안느는 자신이 새로 만난 남자와 함께 런던으로 이사 갈 계획임을 앙드레에게 털어놓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앙드레의 앞에 ‘피에르’라고 하는 안느의 남자 친구가 나타나고 앙드레의 아파트가 자신의 아파트라고 주장하기 시작한다. 게다가 평소와 같이 마주하던 딸 안느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느껴지고, 익숙했던 공간인 자신의 아파트가 점점 다른 공간인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며 앙드레는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푸른연극마을을 창단한 오성완 배우가 ‘앙드레’ 역할을, 공동 창립인이자 예술이빽그라운드 대표인 이당금 씨가 연출과 ‘안느’ 역을 맡았다. 아울러 김현경, 김영균, 오새희, 김도현 배우가 함께 한다.

1993년 창단한 푸른연극마을은 현재에 이르기까지 30년 간 쉼 없이 창작극과 고전극을 무대 공연화해온 광주 대표 극단이다. 오월극 레퍼토리 개발과 함께 다양한 창작적 시도를 통해 지역이라는 정체성과 인간과 역사의식에 대한 인문학적 가치를 풀어왔다.

오성완 배우는 “이번 작품을 통해 ‘연극’이라는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 관객과 배우가 만나는 현장 속 지나온 30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30년을 설계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도 푸른연극마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창작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푸른연극마을 창단 30주년 행사는 이번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형태의 연극, 콘서트 등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