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년사]전라도의 정체성으로 지속가능한 미래 준비하자 |
| 2024년 01월 01일(월) 18:39 |
‘언론은 인권을 옹호하며,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 이를 위해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시민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도우며… 아울러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해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한다’(한국기자협회 언론윤리헌장 서문 중에서).
현 정부 들어 언론 활동이 위축됐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와의 소통 역시 부족하다. 경제계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언론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며 영향력이 축소되고 있다. 나날이 엄격해지는 ‘가짜뉴스’ 규제는 역설적으로 자유를 침해하는 상황이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언론의 기능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
광주매일신문은 시대적 요청인 저널리즘의 원칙과 책무에 충실할 것을 약속드린다. 날로 다원화하는 환경에서 오롯이 진실을 추구하는 윤리적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이다. 모든 사람이 존중받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당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각오를 다진다.
디지털 위주 뉴스 시장의 변화에 부합해 더욱 품격있는 매체로 다시 태어나고자 한다. 코로나로 가팔라진 초연결 비대면 사회, 융복합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래 지향적 미디어로 주민들과 호흡하겠다. 지구촌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지방소멸이 눈 앞에 닥쳤다. 수도권과 더불어 잘 사는 균형발전정책을 견인하며 대표 정론지의 본분을 한시라도 망각하지 않을 것이다.
대망의 2024년, 갑진년(甲辰年)이다. 60년 만에 만난 푸른 용, ‘청룡(靑龍)’의 해다. 십이지(十二支) 동물 중 유일하게 상상 속 동물이다. 영험함으로 권력과 행운 등 좋은 기운을 지녔다. 국운융성, 부국강병 대한민국의 위상을 떨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 경제, 사회를 망라한 전 분야에 걸쳐 갈등과 대립이 깊다. 망국으로 치닫는 불평등, 양극화가 화두다. 대통합과 혁신을 읊조리는 무능한 정치에 대한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4월10일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분기점이다. 4년 주기의 중요한 정치 일정이지만 이전과는 의미가 다르다. 현재 여소야대(與小野大)가 이어질 것인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의석 분포가 바뀔 것인지 국민의 선택에 달렸다. 윤석열 정부 안정론이냐, 심판론이냐. 사활을 건 싸움이 시작됐다.
여당 국민의힘은 패할 경우 집권 3년차 대통령 레임덕이 불가피하다. ‘윤심(尹心)’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조기 등판시켰음에도 회복 불능의 치명상을 입는다. 제1야당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대표가 직접 친명-비명계 내부 갈등 봉합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분열은 패배’라는 공통의 인식에도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는 탈당을 선언, 개혁신당 출범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으며, 이낙연 민주당 전 대표도 금명간 신당을 예고하고 있다. 양대 정당의 분화가 심상치 않다.
21대 국회는 여야가 ‘강 대 강’ 충돌을 불사하면서 각종 민생 현안은 뒷전으로 밀렸다. 민주당이 양곡관리법 등 쟁점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 처리하고, 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맞섰다. ‘검찰 독재’, ‘이재명 방탄’ 프레임을 앞세워 그야말로 극한 대치의 연속이다.
예산안도 여야 힘겨루기로 법정 처리 시한을 한참 넘겼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던 것도 아닌데 3년 연속 지각이다. 연말 정국의 핵심 뇌관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및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등 이른바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 신년 벽두 화약고로 떠올랐다.
갈수록 국민들의 삶은 피폐해지고 경제·안보 불안 또한 짙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의 고도화로 한반도 주변의 긴장이 고조되고, 공급망 리스크 등 글로벌 복합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올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구도가 유력시 되는 미국 대선(11월)이 치러지며, 앞서는 동북아 정세와 밀접한 대만 총통 선거(1월)가 예정돼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이스라엘-하마스 두 개의 전쟁에 기인한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역대 어느 총선보다 막중하다.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그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셈이다. 중산층 서민들이 죽어가는데도 네탓 공방만 이어가는 후진적 기득권 정치를 배격하고, 대화와 타협의 협치로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하는 절실함이 배어있다. 공정과 상식, 정의를 위한 일이다. 안전핀 뽑힌 민생을 되살리는 과업이다.
코로나가 물러났나 싶더니, 고물가와 고금리, 고환율의 덫에 국민들은 힘에 부치는 한 해를 보냈다. 특히 수도권 비대화에 따른 부작용으로 지방소멸은 바짝 가까워졌다. 전남에선 목포·여수·나주 등 6곳을 제외한 16개 시·군이 인구 감소지역이며, 매년 8천여명의 청년이 유출되고 있다. 고령화 비율 26%는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방 회생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다.
지역언론이 중심에서 해답을 모색해야 하는데, 녹록지 않다. 인공지능(AI) 기반 온라인 경쟁에서 뒤처지는 가운데, 매체별로 순수한 자체 기사가 30%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조사도 있다. 통신사에 과의존해 전제하고, 또 지자체 등 기관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일부분을 고쳐 보도하는 부도덕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반성한다. 미래 경쟁력 확보라는 숙제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광주전남기자협회가 전라도말 항꾼에 잡담회를 연 적이 있다. 당면한 지방소멸을 줄기차게 부각하면서도 정작 지역 언어, 문화를 외면했던 것인지 돌아보게 했다. 지역사회 공기(公器) 언론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주민의 얼과 혼, 삶이 녹아든 고유의 말, 글을 통해 정체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2024년은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1월6일)의 해다. 세계사적으로 위대한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는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고 유언처럼 남겼다. 정치인들이 명심해야 하지만 국민, 시도민들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 행동해야 한다. 광주·전남의 내일을 위해….
광주매일신문은 참여와 소통을 강화해 윤리적 저널리즘의 지평을 열 것이다. 뉴스의 생산·유통·소비 과정에서 디지털 기술이 유익하게 활용되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일상화된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책임있게 진력할 것이다. 더 살기 좋은, 더 행복한 고장 만들기에 진심인 진짜언론에 성원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