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의 봄과 장태완 장군 / 오수열 |
| 2024년 01월 02일(화) 20: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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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인공은 이태신이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당시 수도방위사령관 장태완 장군(육군 소장)이다. 필자는 그분을 생전에 직접 만난 적이 있다.
널리 알려진 사실이 아니지만, 장태완 장군은 경북 칠곡이 고향이지만 대학은 조선대학교를 졸업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많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에 입대했다. 장태완 장군도 ‘갑종장교’로 임관, 전선을 누비다가 종전 후 상무대(현재의 상무지구에 위치했음)에 근무할 때 조선대학교 2부 대학(야간) 법학과에 입학해 7회(1958년)로 졸업했다. 장태완 장군은 훗날 민주화가 이뤄진 후 향군 회원들의 지지를 받아 재향군인회 회장이 됐고, 그 무렵 모교인 조선대학교 제10대 총장 취임식에 참석차 조선대학교를 방문하게 된 것이다.
그때 그분의 의전 책임자가 재향군인회에서 경영하는 중앙고속 광주지사장이었는데 마침 필자의 외종매제였다. 당시 필자가 정책대학원장으로 재임 중이었기 때문에 매제는 필자를 일부러 인사를 나누도록 소개했던 것인데, 첫 인상부터 무장(武將)다운 기운이 물씬 풍겨 나왔다.
그렇다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있고 정치에 대한 높은 혐오 속에서 국가와 애국 그리고 공동체와 같은 것에는 등을 돌린다는 요즘의 세태 속에서도 왜 영화 ‘서울의 봄’이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 흥행이 지속되고 있을까.
필자의 소견으로는 첫째, 개인의 안일을 팽개치고 목숨을 걸고 불의에 항거했던 장군의 투혼(鬪魂)이 여야를 막론하고 ‘개판’이라는 지금의 정치에 던지는 준엄한 호통으로 국민들에게 인식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아! 저때는 저러한 장군도 있었는데 왜 지금은 수많은 정치인, 고급공무원, 지식인들 가운데 이러한 ‘개판정치’에 대해 몸 던져 항거하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는 것인지에 대한 목마름이 ‘서울의 봄’을 통해 절절히 다가오기 때문이다.
둘째, 12·12이후 장태완 장군과 그 가족이 겪은 온갖 고난과 비극이 마치 반역자로 몰려 삼족이 몰살되던 왕조시대의 형극처럼 비쳐지고 여기에 전두환 일족이 누린 부귀영화가 오버랩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를 자극한 때문일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장태완 장군의 부친은 뉴스를 통해 아들의 소식을 듣고 곡기를 끊은 채 막걸리만 마시다가 절명했고, 서울대학교 2학년이던 아들은 1982년 1월에 실종돼 주검으로 발견 됐다. 장태완 장군 본인은 심근경색, 폐암수술을 받으며 고생하다가 2010년 7월, 78세로 사망했고 부인은 2012년 1월 아들의 실종 30년이 되는 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말 그대로 한국현대사의 한 장면이 일가족의 비극적인 삶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우리의 현대사에서 독재정권에 항거하다가 목숨을 잃는 등 불행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경우가 어찌 장태완 장군 뿐이겠는가만,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이러한 사실이 재조명되면서 젊은이들에게도 잊혀진 역사가 새롭게 인식되어 가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4월 총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당은 비대위체제로, 야당은 분열을 막기 위한 물밑 대화로 전열을 정비하기 위해 진력하고 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국민의 모습은 보이지 않은 채, 국회를 장악하기 위한 여야 정당간의 사활을 건 싸움만 치열해지면서 국민의 피로감만 늘어가고 있으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국민에 대한 봉사로서의 정치가 아닌, 입신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정치꾼들만이 득실거리기 때문일 것이다.
언제쯤 우리는 목숨을 걸고서라도 불의(不義)에 맞서는 장군과 정치가(政治家)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을까.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에 ‘서울의 봄’을 넘어 ‘대한민국의 봄’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