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 재심 결정 광주고법 “위법 수사 증거 등에 기존 판결 유지 불가”…형 집행정지 안재영 기자

2024년 01월 04일(목) 20:22

일명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십수년 전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부녀가 다시 재판을 받게 돼 진술 번복·자백 강요 및 증거 실효성 논란에 종지부가 찍힐지 관심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고법 형사2-2부(오영상·박성윤·박정훈 고법판사)는 이날 살인·존속살해 등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던 A(74)씨와 딸 B(40)씨의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재판부는 재심 사유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주장과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화물차 관련 CCTV 자료가 새로 발견된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A씨 부녀는 2009년 7월6일 순천시 자택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이자 어머니인 C씨에게 건네 C씨 등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었다.

1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기징역, B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고 이 판결은 2012년 3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그러나 핵심 증거인 청산가리가 사건 현장 등에서 발견되지 않았고, 범행에 사용됐다던 숟가락에서도 성분이 검출되지 않아 논란이 이어졌다.

A씨 부녀는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지 10여년 만인 지난 2022년 1월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개시 여부를 판단하는 심문기일에서 박준영 변호사는 100편에 달하는 검찰 진술 녹화 영상 편집본을 증거로 제시하며 검사와 담당 수사관이 회유, 기만, 강요, 압박으로 허위 자백을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허위 자백 강요 등은 없었다고 반박했지만, 재판부는 박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박 변호사가 재판부에 요청한 A·B씨의 형 집행정지 요청도 받아 들여짐에 따라 이들 부녀는 이날 교도소에서 나와 재심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