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첨단산업 지도 바꿀 ‘게임체인저’ 전남 / 조재웅

2024년 01월 07일(일) 19:46

조재웅 전남도 신성장산업과장

참으로 기업하기 어려운 시대다. 예전에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내수 활성화와 수출 확대에 기여하는 것만으로 기업의 역할을 다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오늘날은 그것 만으로 부족하다. 본래 목적도 유지해야 하면서 ESG 경영이라는 사회적 책임까지 다해야 한다.

특히 세계적으로 탄소배출 저감 및 재생에너지원 확대 취지의 RE100이란 글로벌 켐페인이 대두되면서 더 큰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를 실천하지 않으면 무역 거래에서 큰 불이익을 받는 건 물론이거니와 가격 경쟁력 하락을 초래하고, 법적 책임까지 질 수 있게 됐다.

시대를 거스르는 기업은 도태되고 사라지는 법이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경영과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혁신 기술 개발과 더불어, 이를 꽃피울 수 있는 기회의 땅을 모색해야 한다.

전남도는 대한민국 미래 첨단산업을 이끌 성장 잠재력이 무한한 지역이다. 특히 해상풍력과 태양광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대세인 RE100을 실현하기에 안성맞춤 지역이다. 해상풍력발전 잠재량과 태양광 평균 일사량이 전국 1위이며 재생에너지 설비 용량과 생산량도 국내 최고 수준이다. 해상풍력단지가 하나둘 조성되는 10여년 뒤에는 전국 초격차 1위를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다. 기업에 RE100은 환경보호라는 선의의 행동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전남이 주목받는 이유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계통 불안전성을 보완해줄 한빛원전까지 있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에너지믹스(재생에너지+원전) 실현이 가능하다. 첨단산업 육성에 필수 인프라인 전력과 용수 또한 풍부하며 지진과 같은 재해로부터 안전하다. 또한 세계 유일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형 대학교인 한국에너지공대를 비롯해 첨단산업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우수 대학도 많다.

이러한 여건을 눈여겨본 기업들이 최근 하나, 둘씩 전남에 둥지를 틀고 있다. 첨단기술 집약체인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기 위해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KT, NHN 등 굵직한 대기업이 투자를 결정했다. 최근 정부의 데이터센터 지방분산 정책 추진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시행에 따라 더욱 많은 기업이 전남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발맞춰 전남도는 2035년까지 데이터센터 100기를 유치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전남이 대한민국 우주 전초기지로 자리매김했다. 고흥 나로우주센터 일대가 우주발사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됐고, ‘우주발사체 산업 클러스터’는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사업으로 확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이에 글로벌 우주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이노스페이스를 비롯해 수많은 기업들이 대한민국 우주 전초기지인 전남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전남도는 민간 우주기업이 발사체 개발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있는 최적의 기반시설을 조성해 우주·항공 분야 선도기업을 집적화할 계획이다.

반도체 불모지에서 대한민국 차세대 반도체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전남의 도전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국내 최초로 화합물반도체센터를 구축해 설계부터 제조, 패키징까지 전주기적 토털솔루션을 구축했다. 화합물반도체는 2개 이상의 소재를 사용해 만든 반도체로 기존 실리콘 반도체에 비해 고효율, 고내열, 고집적 등 성능이 탁월해 최근 각광받는 미래 첨단 반도체다. 전남도는 올해 센터 확장을 비롯해 글로벌 파운드리를 유치하고, 국내 설계·패키징·소부장 기업을 집적화해 대한민국 화합물반도체 시장을 선도해 나갈 구상이다.

‘게임체인저’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일에서 결과나 흐름의 판도를 뒤바꿔 놓을 만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 또는 사건 등을 이르는 뜻이다. 전남도가 오늘날 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대한민국 첨단산업 지도를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 또한 갑진년 ‘전남도 지방소멸 위기 극복 원년’을 맞아 절체절명의 각오로 보다 많은 기업을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이 돌아오고 머무는 전남을 만들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해 뛰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