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멘트 연금술 / 주홍 |
| 2024년 01월 11일(목) 19: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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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령산에 세심비를 세워놓고 신선처럼 살고 계신 청담 변동해 선생님의 초대와 안내로 10명의 예술인들과 공장터를 둘러봤다. 석회암 광산까지 합하면 엄청난 규모의 공장터다. 그 시간의 축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만 나왔다. 작년 8월 문을 닫은 고려시멘트 공장은 시멘트 먼지를 그대로 뒤집어쓴 채로 멈춰 60여 년의 시간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시간을 품은 시멘트공장들은 세계에서 가장 큰 설치미술 작품이 되어 벗겨지고 녹슨 모습으로 ‘콘크리트의 꿈’을 담은 스핑크스처럼 서 있었다. 자동차로 돌아도 하루에 다 둘러보기 어려운 규모라서 다음을 약속했다. 석회석을 발굴한 광산 터널만 50㎞라고 하니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동굴은 대형 트럭 두 대가 왕복하며 지나갈 2차선 도로 정도로 넓었다. 석회석 광산 입구가 막혀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만 들여다보았다.
“이 터널의 구조나 설계도가 있나요?”
“설계도를 그리고 판 것이 아니고, 석회석이 나오는 곳을 계속 파고 들어간 동굴이라서 들어가면 밖으로 나오기 어려울 만큼 미로 같은 구조입니다.”
우리가 시멘트로 집을 짓기 위해 파헤친 산과 호수들이 광활하게 펼쳐졌다. 인간의 파괴가 멈춰지고 몇 달이 지나자, 인간의 흔적과 자연의 회복력이 기묘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초현실적 풍경이었다. 그리고 광산의 석재를 가공하고 시멘트로 만들어서 포장하고 창고에 저장한 그 전 과정을 둘러보니, 새마을 운동부터 아파트 숲까지, 콘크리트 도시를 만든 원재료, 시멘트의 시간이 수많은 시공간의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고려시멘트는 1961년 장성에 공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주민들이 날마다 농악을 울리면서 반겼다고 한다. 우리도 잘살게 됐다고 북장구 치며 반기던 공장이었으나, 1962년 막상 시멘트공장이 들어서자 먼지 때문에 오히려 사람들이 동네를 떠나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작년 8월, 공장이 멈춘 뒤 오래된 거인처럼 남게 된 것이다.
“이제 시멘트 때문에 장성을 떠난 사람들이 다시 예술로 들어오게 해야 해요. 요것이 전라도 집 다 지었응께.”
“맞아요, 시멘트의 연금술이 지금 도시잖아요!”
“인자는 시멘트공장이 반대 방향으로 갈 때가 됐어요. 3년은 손대지 말고 그대로 두면 좋겠어요! 지혜를 모으는 시간으로요.”
변동해 선생은 고려시멘트 공장의 흔적을 대규모 아파트나 쇼핑몰을 세워서 없애지 말고 예술로 재생시켜 연금술을 발휘할 때가 왔다고 말한다. 시간의 축적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으니, 녹슨 시간이 보물이 될 수 있게 마음을 모아보자는 것이었다. 문화를 꽃피우고 다시 장성이 후대까지 잘 살 수 있는 기반이 가동을 멈춘 고려시멘트 공장에 있다는 것이다.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남기고 예술로 재생할 수는 없을까?’ 지혜를 모으고 상상을 공유했다. ‘어떻게 녹슨 60여 년의 세월을 사유하며 연금술을 발휘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