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흔 여전…“안전한 사회 위해 참사 기억해야”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2주기 추모식 유가족·시민 등 100여명 희생자들 넋 기려 “좀 덜 발전하더라도 희생 없는 세상 되길” 주성학 기자

2024년 01월 11일(목) 20:11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2주기인 11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추모식이 열려 유가족 등 참석자들이 헌화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안전한 사회를 위한 작은 시작은 참사를 기억하는 것입니다.”

근로자 6명이 숨진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2주기 추모행사가 11일 오후 광주 서구 화정동 사고 현장에서 엄수됐다.

화정아이파크 희생자가족협의회 주관으로 열린 추모식에는 유가족, 입주예정자, 광주시·서구 관계자, 시민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추모식 개최 1시간 전부터 철거 공사는 중단됐고, 추모객들에게는 안전모가 지급됐다.

추모식은 희생자 추모묵념, 희생자 유가족·내빈 소개, 추모사, 해체공사 경과보고 및 향후 계획 발표, 우리의 다짐 발표,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1분여간의 묵념이 시작되자 시민과 유가족들은 고개를 숙인 채 고인들을 애도했으며 일부 유족들은 흐르는 눈물을 닦아냈다.

이후 참사로 안타깝게 희생된 희생자들이 한 명씩 호명되자 유가족들은 눈을 감은 채 희생자의 이름을 되새겼다.

안정호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를 통해 “사고 후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 발짝도 나아진 게 없다”며 “엄청난 참사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나 국토부와 여당은 관심조차 없으며 멀리 변방의 일이 돼버렸다”고 토로했다.

이어 “안전한 사회를 위한 작은 시작은 참사를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회가 빠른 발전보다는 천천히 가더라도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는 나라가 돼야 한다”고 눈물을 훔쳤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2년 전 건물이 무너진 후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는 아픈 경험을 했었다”며 “이러한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시장으로서 안전한 도시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희생자의 이름을 부른 뒤 “붕괴 사고는 결코 일어나선 안 되는 전대미문의 참사였다”며 “안전에 있어서 과하다고 싶을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갖고 탄탄한 안전망 구축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유가족 지인의 자녀인 광주 한 초등학교 학생 2명은 희생자를 기리며 우리의 다짐을 낭송했다.

아이들은 떨리는 손으로 마이크를 잡고 ‘좀 덜 발전하더라도 희생 없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며 현장의 어른들에게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 주길 부탁했다.

이후 PPT로 만든 사진 및 영상 자료와 함께 화정아이파크 현장소장의 해체공사 경과보고 및 향후 계획 발표가 이뤄졌다.

정한효 화정아이파크 공사현장소장은 “오는 2027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추진 중에 있으며 6명의 희생자분들과 유가족들께 조금이나마 사죄하기 위해 공사 마무리까지 무재해를 달성해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끝으로 유가족 및 관계자들과 현장의 시민들은 분향하며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뒤늦게 도착한 일부 시민들의 경우 옷맵시를 가다듬고 경건한 마음으로 국화를 헌화하고 고개 숙여 고인을 기렸다.

한편 지난 2022년 1월11일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신축 건설 현장에서 201동 23-38층 16개 층 내부 구조물과 외벽이 한꺼번에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로 작업자 6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수사 결과 사고는 구조 검토 과정 없이 무단으로 공법을 변경하고, 상부층을 지지하는 동바리를 임의로 철거하는 행위가 복합적으로 얽혀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