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 ‘유동성 위기’…지역 경제 파장 촉각 시행사 못갚은 중도금 이자 분양자가 상환해야 할 상황 세대 수 따른 정부 보증범위도 달라 피해 ‘천차만별’ 광주 현장 20곳 넘어…“관계기관, 적극 대응 나서야” 임채만 기자

2024년 01월 14일(일) 19:50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아이클릭아트

광주·전남을 기반으로 한 중견 건설사 한국건설의 유동성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기한이 도래한 중도금 이자를 금융권에 납부하지 못해 수분양자가 한국건설의 이자를 대신 떠안게 됐고, 일부 공사 현장이 중단되는 등 지역 경제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 특히 최근 태영건설과 지방 대형 건설사 등이 제때 부채를 갚지 못해 잇따라 무너지면서 한국건설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14일 광주지역 한국건설 아파트 입주 예정자 등에 따르면 지난 11일 새마을금고 등 금융권은 한국건설 측이 내야 할 중도금 이자를 대신 상환해줄 것을 요구하는 안내문을 수분양자들에게 보냈다.

안내문은 ‘현 시행사의 이자 지급 불능 상태로 이자를 본인이 직접 납입해야 된다. 기한까지 미납 시에는 단기 연체로 금융거래와 신용상의 불이익이 없도록 신용관리에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중도금 무이자를 원칙으로 본계약을 체결했던 분양자들은 시행사 대신 이자를 내야 하는 부담을 떠안아야 할 상황이다.

특히 한국건설이 시공 중인 아파트 공사 현장의 경우 광주에만 20곳이 넘어 수천명이 넘는 세대의 피해가 우려된다.

게다가 각 지역 별로 세대 수에 따른 정부의 피해 보증 범위가 천차만별로 달라 피해 규모 추산마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한국아델리움 57’의 경우 30세대 미만 지역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피해 보증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해당 분양자들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한국아델리움 57’ 아파트의 분양가는 10-15억원에 형성돼 있어 한국건설이 부도날 경우 최악의 상황이라는 가정 하에 수억원의 계약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게 입주 예정자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다.

광주 첨단지구 ‘한국아델리움 57’ 입주 예정자 A씨는 “현재 각 아파트별로 온라인 상에 단톡방을 개설하고 모임을 갖는 등 공동 대응에 들어갔다”며 “지역별 입주자들의 이해 관계가 달라 한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한국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처한 이유는 고금리 등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침체 장기화와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 맞물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관련, 금융권은 한국건설의 대응 방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국건설이 중도금 이자를 변제하지 못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장에서는 더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중요한 것은 현재 상황이 ‘빙산의 일각’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 내에 한국건설 관련 공사 현장이 많은 만큼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정부가 보증하는 대출보다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있다면 피해 양상은 더 안 좋은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다”며 “관계기관이 나서 지역 내 피해자들이 양산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채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