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버지 살해 50대 항소심도 ‘징역 18년’ 11살부터 부자 인연…학교 못간채 밭일·뱃일에 사고도 ‘머리 검은 짐승’이란 말에 범행…법원 “심신미약 아냐” 안재영 기자

2024년 01월 15일(월) 20:24

양아버지를 칼로 찔러 살해한 50대에게 항소심에서도 중형이 선고됐다.

광주고법 형사1부(박혜선 고법판사)는 15일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8년을 선고받은 A(50대)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2월19일 양아버지 B(79)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에 앞서 A씨는 자신의 주거지에서 술을 마시다 B씨에 대한 앙심에 주거지를 찾아갔고 말다툼 끝에 양아버지의 “머리 검은 짐승은 이랑께 안 기른갑다”라는 말에 격분해 미리 준비해 간 흉기로 우측 흉부를 찔렀다. B씨는 흉기가 박힌 채 주거지 밖으로 도망쳤으나 끝내 사망했다.

조사 결과 친부모에게 버림받고 고아원에서 지내던 A씨는 11살이 되던 해부터 B씨의 집에서 살기 시작하며 밭일 등 허드렛일을 도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17살 때부턴 양아버지의 배에서 선원으로 일했는데, 지난 2021년 선박에서 어망 기계에 팔이 빨려 들어가는 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절단하게 됐다.

이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아 약을 지속 복용하게 되면서 세상에 대한 원망을 키워왔는데, 사건 당일에도 “배와 주택을 주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B씨와 다퉜다.

1심 재판부는 “어린 시절부터 A씨는 B씨의 다른 자녀들이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보며 원망하는 마음을 가지면서도 자식으로 인정받고 싶은 모순된 감정을 수십년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으로 여겼던 A씨로부터 불시의 공격을 당해 사망한 B씨의 유가족들이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1심 판결 이후 A씨는 심신미약 등을 주장하며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B씨 측의 학대 내지 착취를 의심할 만한 정황도 보인다”면서도 “사건 전·후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긴 하나 의사 결정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볼 수 없고 ‘계획적 살인’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하면 A씨의 항소는 이유가 없다”고 판시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