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상 후 한쪽 팔다리 힘 떨어진다면? ‘뇌출혈’ 의심 ●경막하 출혈 ‘급성’ 사망률 60% 이상…만성은 주로 노년층서 발생 편마비·언어장애 등 증세…뇌 CT 통해 혈종 확인해야 정리=기수희 기자

2024년 01월 16일(화) 19:10

류한승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나이가 들면 균형감각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근육 강도와 뼈 밀도의 감소 등으로 인해 일상 생활에서 낙상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 이로 인해 골절, 두부 손상, 관절 손상 등이 발생할 수 있다.

2022년 공정거래위원회·한국소비자원·농촌진흥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18-2021년 4년간 고령자 안전사고는 총 2만3천561건으로, 이 중 62.7%(1만4천778건)가 낙상 사고로 인한 것이었으며 낙상 사고로 ‘머리 및 뇌(뇌막)’를 다치는 경우(3천14건)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남지역은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2022년 통계청)해 날이 추워지고 길에 살얼음이 지는 초겨울에는 노령 인구들의 낙상 사고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해 이에 대한 의료 서비스의 필요도가 상승하고 있다.

두부 외상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경막하 출혈에 대해 류한승 전남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를 통해 알아본다.


◇경미한 외상서 발병 다수

경막하 출혈은 두개골과 뇌 사이에서 뇌를 감싸 보호하는 막이 외상으로 손상돼 막 안쪽에서 뇌 표면의 혈관이나 뇌와 경막 사이를 이어주는 혈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것을 지칭한다. 보통 급성과 만성 경막하 출혈로 구분한다.

급성 경막하 출혈은 외상성 뇌출혈 가운데 가장 위중한 경우로 보통 사망률이 60%를 넘으며 설령 사망하지 않더라도 중증의 후유장애를 남기는 아주 위험한 뇌출혈이다.

노인 낙상으로 인한 경막하 출혈은 대게 만성 경막하 출혈로 진단 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인구 10만명당 1-2명이다. 호발 연령은 50대 이상이고, 남자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주로 노년층에서 관찰되며, 알콜 중독, 간질 환자, 혈액 항응고제 투여, 치매 환자 등에서 호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화로 인해 뇌 위축이 있는 상태, 만성 간질환자, 또는 항혈전제를 복용중인 노년층에서 대부분 외상과 연관돼 다발하며, 집안에서의 낙상, 문틀에 부딪힘 등의 경미한 외상에서 발병하는 경우가 다수다. 환자들 중 두부 외상 기왕력(과거에 앓았거나 현재 앓고 있는 질병 또는 상해의 자세한 내력)을 명료히 기억하는 경우는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완쾌

만성 경막하 출혈은 ‘만성’이라는 말에서 짐작하듯 두부 외상 후 약 3주 내외 지난 시점부터 서서히 편마비, 언어장애와 같은 신경학적 이상 증세가 발생되며 증상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단순 노화로 인한 기능장애로 오인하고 증상이 심해지기까지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혈종은 뇌 CT상에서 생성 1주 이내는 고밀도 음영을 보이나, 2-3주째는 대개 70% 정도의 비율로 등밀도 음영을 보이고, 3주 후에는 저밀도 음영을 보이나 재출혈이 되면 혼합 밀도 음영을 보인다.

혈종이 만성화 되는 3주의 기간 동안 혈종은 용혈되며, 용혈된 혈종은 점차 용적이 커지거나, 흡수돼 없어진다. 흡수되는 경우 임상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나, 점차 혈종의 용혈로 용적이 커지는 경우는 이로 인한 뇌압박과 두개강내압 상승을 일으켜 신경학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만성 경막하 출혈은 출혈 양에 따라서 경과 관찰을 하는 경우도 많이 있으며 이러한 경우 주기적으로 외래 추적 및 뇌 CT를 시행해서 혈종 양의 변화를 확인해야 한다.

급성 경막하 출혈과 달리 비교적 간단한 뇌수술인 두개천공 혈종 배액술(혈종이 가장 두터운 부위 두개골에 500원 동전 크기의 구멍을 뚫어 혈종 내부로 도관을 삽입하고 수일 동안 자연 배액시키는 수술)을 통해 완쾌될 수 있기에 경미한 두부 외상이 잦은 고령의 환자 또는 1달 이내 낙상 등의 기왕력이 있었던 환자들이 편마비, 언어장애 등 증상을 보일 경우 뇌 CT를 시행해 만성 경막하 혈종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정리=기수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