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포포럼’의 무안반도 통합 공약 요구를 지지한다 / 이정록 |
| 2024년 01월 16일(화) 19:3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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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수 년 만에 찾은 오동도는 많은 방문객으로 붐볐다. 호텔과 엑스포 관련시설이 어우러진 오동도 일대 친수공간은 항구도시의 랜드마크로 손색이 없었다. 오동도를 한 바퀴 돌면서 변화무쌍한 여수를 목도했다. ‘불 꺼진 항구’가 된 지 오래된 목포와 비교하는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오동도에 있는 ‘여수세계박람회 유치기념관’을 들렀다. 엑스포 유치과정에 일조한 필자의 옛 추억을 불러일으켰다. 전시관 초입에 ‘3여’ 통합 역사가 전시돼 있다. “광역 광양만권 개발이익을 흡수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인근 통합시들(순천시와 광양시를 지칭함)에 비해 계속 낙후를 면치 못하는 여수반도의 실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만은 없어...삼여 통합을 이루고...삼여가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1997년 6월30일 당시 3개 시장 군수가 서명한 ‘삼여 행정 구역 통합에 우리의 의지’라는 성명서에 담긴 내용 일부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3여는 1998년 4월1일 통합시로 재탄생했다.
전시물 중에는 3여 통합이 엑스포 유치 기폭제가 됐다는 내용도 있다. 1998년 7월 해양수산부장관은 전남도가 구상하는 해양엑스포 계획을 정부 정책으로 추진한다고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 방침이 확정되자 목포, 여수, 완도, 진도, 해남, 고흥 등은 엑스포 개최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여수시는 전남 제1의 도시이자, 해양관광 명소에서 엑스포가 열려야 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1999년 3월 여수는 강력한 경쟁자였던 목포와 완도를 제치고 개최 후보지로 확정됐다. 오동도 일대가 방문객으로 붐비는 열쇠가 됐다.
역사에서 가정은 부질없는 짓이다. 명저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영국 역사학자 에드워드 카의 말이다. 그래도 가정을 해보자. 만약 여수나 여천이 통합되지 않은 상태에서 엑스포 개최 후보지 경쟁에 뛰어들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목포나 완도가 후보지가 됐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가정은 어떨까. 1994년 목포, 신안, 무안이 통합됐다고 가정하자. 목포가 명실상부한 전남 제1 도시가 되는 시나리오 말이다. 그랬다면 엑스포 개최 후보지는 자연스럽게 통합 목포시 몫이 됐을 것이다. 낙후된 서남권 발전을 추동할 전남 제1 도시에 힘을 실어 주자는 논리는 먹혀들었을 것이다. 상상이 가능한 추론이다.
또 다른 가정을 해보자. 전남도청이 무안 남악이 아닌 나주로 이전했다는 가정이다. 도청 이전 후보지로 무안 남악이 선정된 것은 1993년 12월이다. 엑스포 개최구상이 있기 훨씬 전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1999년 7월 도청 이전이 최종 결정됐다. ‘도청은 서부 목포로, 엑스포는 동부 여수’라는 술렁거림 속에서 말이다. 목포는 신도청을 옆에 두는 대가로 엑스포 개최 후보지를 동부에 양보한 셈이 됐다.
에드워드 카가 놀라 자빠질 가정을 더 해보자. 만약 엑스포가 목포에서 열렸다면 현재 목포는 어떤 모습일까. 목포까지 KTX가 조기에 완공됐을 것이다. 목포 하당지구와 삼학도 일대는 부산 센템시티와 유사한 워터프런트로 변신했을 것이다. 해양대학로와 고하도 일대에는 풀빌라들이 즐비할 것이고, 목포역은 번쩍번쩍한 건축물로 변신했을 것이다.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가 아닌 송가인이 부르는 ‘목포 밤바다’라는 노래도 생겼을 것이다.
목포는 ‘실패한 도시’의 전형이다. 도시경제학 연구의 권위자인 하버드대 어드워드 글레이저 교수 지적처럼 도시 혁신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로 도시가 활력을 잃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무안반도 통합이라는 지역사회 혁신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다. 1930년대 목포는 우리나라 6대 도시에 속했다. 반대로 지금은 전국 시급 도시 85개 중 중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려고 해도 쉽지 않은 길을 목포라는 도시는 태연히 답습하고 있다. 합리적 거버넌스가 실종된 지역사회의 민낯이다.
목포가 덜 실패한 도시가 되려면, 무안반도 통합이 급선무다. 작은 아파트보다 방이 여럿 있는 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이치와 같다. 목포포럼이 제시한 무안반도 통합 주장을 지지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