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동에서]다시 보라, 김대중의 길 |
| 2024년 01월 18일(목) 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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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물가는 오르고 실업은 늘어날 것이다. 소득은 떨어지고, 기업의 도산은 속출할 것이다. 잘못은 지도층이 저질러놓고 고통은 죄없는 국민이 당하는 것을 생각할 때 한없는 아픔과 울분을 금할 수 없다”며 감정이 북받쳤다.
DJ의 신념은 참여민주주의 실현이다. ‘국민에 의한 정치’,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를 이뤄내야만 국정이 투명하게 바로서고, 국민들이 편안해지며, 부정부패도 사라진다고 믿었다.
그가 그토록 바랐던 민주주의가 멀어지고 있다. 고물가·고금리에 서민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양 극단으로 치우친 진영 간 대립은 격화되며, 지역과 세대, 계층으로 갈등은 폭발하고 있다.
나라 사정이 좋지 않다. 국민적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국회의원을 뽑는 2024년을 ‘호감 정치’의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파탄 직전인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것이고, 정면충돌 직전의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서 김 전 대통령은 AI 기술로 구현한 깜짝 무대에 올랐다. “자유가 들꽃처럼 만발하고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며 통일의 희망이 무지개처럼 솟아오르는 나라. 그런 나라를 국민 여러분께서 만들어주시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인동초’ DJ는 자신을 죽이고자 했고 가혹히 탄압했던 과거에 매여 보복하기 보다는 국민분열을 치유하는데 전력했다. 국민들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달라는 사후 당부다.
4월10일 선거다. 해서 후보자에게 묻는다. 정치를 왜 하고 싶은가? 유권자에게 묻는다. 누구를 뽑아야 하는가? 공통의 정답은 ‘국민에 대한 희망’ 정도일까 싶다. 선동 구호가 아닌 ‘실사구시(實事求是)’로 미래를 준비하고, 실체가 뚜렷한 정책 아젠다를 내놔야 하는 것이다.
광주·전남은 DJ의 정치적 고향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내란음모죄로 몰린 자신 때문에 억울한 시민들이 수없이 죽고 다쳤다면서 오열했다. 정치 활동 내내 품었던 책임감과 부채의식, 국민 모두가 누리는 포용적 민주주의를 위해 평생을 바쳤으며, 한국 정치사에 큰 족적을 남긴 원동력이 됐다.
DJ 탄생 100주년, 용서와 화합, 관용의 정신을 기억하고 계승하기 위한 다짐이 이어졌다. 전국 각지 기념식을 비롯해 보통의 삶을 담은 사진과 옥중서신, 노벨평화상 메달 등 소장품 특별 기획 전시, 추모 음악회까지 다채롭게 펼쳐졌다.
다큐멘터리 영화 ‘길위에 김대중’도 입소문을 탔다. 청년 사업가 출신으로 정치인의 꿈을 키운 시절부터 갖은 고초를 겪으며 정치인으로 성장, 1987년 대선 후보로 나서기까지 장대한 서사를 응측했다. 정치인에서 투사가 돼야 했고, 사상가가 됐으며, 다시 정치인으로 돌아왔는지 엿볼 수 있다.
증오의 적대의 정치가 대한민국을 무너뜨리고 있다.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 특검법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흉기 피습 사건 등으로 정국 불안은 계속되고 있다.
총선이 분수령이다. 더 큰 위험이 닥치기 전에 혁신을 이끌 수 있도록 인적 쇄신, 세대 교체가 절실하다. 지금껏 특정 정당에 의해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일이 반복됨으로써 ‘부패’하고 ‘퇴행’했다. 지역과 국가를 위해 헌신할 새 인물을 수혈해야 한다. 이젠 바꿀 때가 됐다. 확 바꿔야 ‘미래’가 있다.
“민주주의는 회복될 것입니다. 나는 그걸 확실히 믿고 있습니다.” 정치권은 마지막 순간까지 조금의 흔들림도 없던 DJ 정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
비정상의 정치에 더는 아무도 희생되지 말아야 한다. 민심은 천심(天心)이다. 정치의 요체는 모든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민의를 받드는 ‘희망의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국민들이 위대하기에 얼마든 가능하다. 민주주의 심장 호남에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될 것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세상이 거꾸로 가고 있다”고 한탄했다. 민주주의 수호자 이야기 ‘길위에 김대중’, 국가권력 찬탈자 이야기 ‘서울의 봄’이 대비되며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DJ는 의회 정치로 현실을 개선하고자 애썼던 의회주의자였다. 분열의 시대다. 다시 김대중의 길을 찾아야 하는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