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청소년 놀이터 ‘디스코 팡팡’…보호체계 시급 동구서 2곳 영업…일반유원시설업으로 안전교육만 의무 청소년보호법 규제 대상 미포함…DJ 성적발언 처벌 ‘불가’ 장은정 기자

2024년 01월 18일(목) 20:38

18일 동구 충장동 한 놀이시설에서 청소년들이 디스코팡팡 기구를 타고 있다. /장은정 기자

“시대가 변했다고 해도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놀이시설에서 성적 농담을 하는 게 말이 됩니까.”

광주 청소년들의 인기 놀이시설로 꼽히는 ‘디스코팡팡’의 DJ가 이용객들에게 성희롱이나 다름 없는 발언을 하고 있으나 처벌 규정이 없어 관련 법안 개정 등 이용자들의 보호 체계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광주 동구 등에 따르면 관광진흥법상 유원시설업 중 일반유원시설업으로 분류되는 ‘디스코 팡팡’ 2곳이 충장동에서 영업 중이다.

유원시설업은 다른 영업을 경영하면서 관광객 유치 또는 광고 등을 목적으로 유기시설이나 유기기구를 설치해 이를 이용하게 하는 사업으로 ▲종합유원시설업 ▲일반유원시설업 ▲기타유원시설업으로 분류된다.

이 중에서도 일반유원시설업은 안전성 검사 대상 유기시설 또는 유기기구 1종류 이상만 갖추면 누구나 운영할 수 있어 이에 해당하는 ‘디스코팡팡’은 주 1회 실시되는 안전교육 이외 별도의 관리·감독을 받지 않고 있다.

또한 청소년보호법 규제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때문에 ‘디스코팡팡’에서 DJ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성적인 발언을 해도 처벌이 불가능하다.

실제 동구 충장로 한 디스코팡팡을 방문해 본 결과, 10여분이 채 되지 않는 운행 시간 동안 청소년을 향한 DJ의 ‘성적 발언’이 수차례 이어졌고, 일부러 남·여가 신체접촉을 하도록 기계를 조작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를 본 한 시민은 “아무리 시대가 변했다지만 청소년들을 향해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을 내뱉는 것이 말이 되냐”면서 “안전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행동들을 처벌할 수 있는 기준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관리 주체인 광주 동구는 상·하반기 각각 정기점검을 하고 있으나 해당 내용에 대해선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마땅치 않다는 입장이다.

동구 관계자는 “정기점검을 실시해도 주로 시설 안전과 관련된 부분 위주로 확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청소년을 향한 성적 발언과 관련해 법적인 처벌은 어렵겠지만, 지속적으로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동부경찰서 여성청소년과도 “디스코팡팡은 물론, 룸카페·만화카페 등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시설과 관련된 명확한 법적 기준이 없어 처벌이나 단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신속히 관련 법안들이 제·개정돼 청소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울타리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8월 경기도 수원에서도 디스코팡팡 시설 운영 업주가 매장 직원들과 DJ를 향한 10대 여학생들의 ‘팬심’을 이용해 입장권을 외상으로 팔아넘긴 뒤 이를 갚지 못하면 성매매를 시키는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