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횡단 사망사고 막지 못한 남자친구 ‘무죄’ 법원 “여자친구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하는 주의의무 無” 안재영 기자

2024년 01월 21일(일) 17:30

법원이 술에 취한 여자친구가 고속도로를 횡단하다 차에 치여 숨진 사고에 대해 바로 옆에 있던 남자친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광주지법 형사6단독 김지연 부장판사는 21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A(30)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2022년 11월 광주 광산구 호남고속도로상 비아버스정류장 부근에서 같이 있던 여자친구 B씨가 고속도로를 횡단하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에 앞서 함께 승용차를 타고 가며 다투던 A·B씨는 버스정류장이 있는 고속도로 갓길에 차를 세운 뒤 내려서도 서로의 뺨을 때리는 등 싸움을 이어갔다.

당시 만취 상태였던 B씨는 “납치당하고 있다”며 경찰에 신고하고, 고속도로를 지나는 택시를 세우는 등 위험한 행동을 이어갔다.

A씨는 이를 말리고 제지했으나, B씨는 남자친구를 따돌리고 고속도로를 건너다 지나가던 차량에 부딪혀 숨졌다.

검찰은 A씨가 B씨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려고 계속 붙잡아 둬 사고를 야기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행위에 대해 사고의 위험성을 예측해 B씨의 위험 행동을 막아서거나 제지한 것으로 보며 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B씨의 충동적이고 위험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제지한 것을 넘어 안전한 장소로 옮겨야 하는 주의의무까지 A씨에게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