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경영으로 기업 경쟁력 선순환 구조 만들자 / 박철준

2024년 01월 22일(월) 19:39

박철준 목포고용노동지청장

기업활동 중 불필요한 손실을 줄이고,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있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과거 우리의 경영풍토에서는 원가절감을 통한 이윤확대가 우선시 됐을 뿐, 사업장의 안전보건 투자는 후순위로 밀리기 십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중요시하는 분위기 속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사업장내 안전·보건투자 확대는 참으로 반갑고 다행스런 일이다.

산업안전보건 분야를 학문적으로 체계화한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m Heinrich)는 산업재해로 인한 손실비용 즉 재해코스트(Accident Cost)를 산재보상과 관련한 직접적인 제반급여를 1로 보았을 때 그에 따른 간접비용을 4배로 정의했다. 재해자의 근로손실, 작업중지, 기계·기구손상, 재료·생산품 손실, 납기지연, 구성원 사기저하까지 모두가 비용이고 손실인 것이다.

필자가 30년 노동행정에 근무하면서 산업재해가 다발하는 회사치고 우량한 재무구조와 성장 가능성 그리고 선진화된 노사문화를 가진 회사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이러한 회사들의 특징은 경영층의 무관심, 개선되지 않는 노후설비, 청결하지 못한 작업장, 근로자의 안전의식 미흡 그리고 체계화되지 못한 안전보건시스템 등이 사고-사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1987년 당시 세계 최대의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Alcoa)는 거듭된 투자 실패로 적자가 늘어나고, 제품 경쟁력은 추락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노사관계는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었고, 산재사고는 다발하고 있었다. 이를 타계하기 CEO가 교체됐고, 폴 오닐(Paul O’Neill)이라는 전문경영인이 신임 CEO로 취임했다. 폴 오닐은 취임기자회견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 개선이 아닌 알코아를 미국 내 최고의 안전한 회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고 한다. 물론 주주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봤고, 신임 CEO를 잘 못 뽑았다는 불만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후 알코아는 사상최대의 이익을 기록했고, 이후 2000년에는 순이익 규모가 무려 5배나 늘어났다고 한다. 주가도 덩달아 5배가 뛰었다.

특히 오닐의 재임기간 동안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만 해도 100%가 넘었으며, 다우지수(Dow Jones Index) 내에서 가장 우량한 주식 가운데 하나가 됐다고 한다.

폴 오닐의 재임 기간중에는 무슨 일이 알코아에서 일어났는가 궁금증이 생긴다. 폴오닐의 취임 직후 알코아의 상황은 오랜 타성에 젖어 좀처럼 변화하기 힘든 덩치만 큰 회사로 노사의 갈등도 심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개선명령과 지시를 내리면 오히려 구성원들이 저항하는 그저 그런 회사로 훗날 회고했다.

폴 오닐은 이런 알코아에 ‘직원 안전’이라는 첫 번째 경영방침을 세우고 사업장내 안전보건을 저해하는 요소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문제 즉 핵심습관(keystone habits)을 찾아 개선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고 한다. 그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찾아내 이를 고치면 나머지 문제들은 연쇄적으로 자연스럽게 고쳐질 수 있다고 믿었으며, 이는 생산성 향상과도 연계된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안전사고를 줄이자는 오닐의 제안에 대해 노조를 포함한 회사구성원 그 누구도 반대할 명분이 없었으며, 궁극적으로 노사가 안전활동을 통해 상호 협조의 문화가 정착됐다고 한다. 과거 적자에 허덕이던 사고뭉치의 회사가 안전보건 경영을 통해 ‘위험요소 제거-안전한 작업장-생산성 향상-이익창출’이라는 선순환의 구조로 전환한 것이다.

위 알코아 사례에서 보듯이 기업의 안전보건 경영체계 구축은 안전한 작업장을 만들어 사고로 인한 불필요한 손실을 없애고 궁극적으로 생산성을 향상하는 것이다. 안전보건 투자는 ESG경영의 책무를 요구하는 세계시장에서 기업 경쟁력의 저력이 되는 건전한 투자이다. 비록 지금 경제 여건이 힘들고 기업이 처한 상황이 힘들다고들 하나 우리의 경영자들이 폴 오닐과 같은 거시적 관점의 혜안을 가지고, 노사가 적극적인 안전보건경영 체계를 실천한다면 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또 하나의 동력원이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