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정’ 사기 피해자들, 법정서 엄벌 촉구 43억여원 편취…피해 증인들 “자식 잘 되길 바라는 부모 마음 이용” 안재영 기자

2024년 01월 29일(월) 20:35

자녀들의 미국 유학 등을 빌미로 ‘제니퍼 정’과 그 여동생에게 적게는 수억, 많게는 이십억이 넘는 돈을 편취당한 피해자들이 법정에서 엄벌을 촉구했다.

광주지법 형사11부(고상영 부장판사)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혐의로 기소된 재미교포 A(51·여)씨와 B(40대·여)씨에 대한 두 번째 재판을 열었다.

일명 ‘제니퍼 정’으로 활동한 A씨는 공범인 여동생 B씨와 함께 피해자 4명으로부터 총 43억여원을 편취한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날 재판에는 피해자들이 증인으로 나서 피고인들의 수법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이들 자매에게 38회에 걸쳐 약 6억5천만원을 건넸다는 한 피해자는 “A씨는 자신을 광주 모 대학병원에 교환교수로 온 미국 의사이자 해외 의료기기 회사 한국 총판 대표로 소개했다”며 “A씨 회사에 투자하면 투자 이민을 통한 영주권 획득으로 자녀들의 미국 유학이 가능하다고 해 돈을 보냈다”고 진술했다.

또 A씨 등은 이 피해자 자녀의 진학 등 입시 과정 전반에 깊게 관여했는데, 이 과정에서 규정상 불가능한 국내 외국인학교 입학을 도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그러다 자녀의 유학과 관련해 약정했던 것들이 틀어져 이를 물으면 A씨는 “아이를 위해 이렇게까지 노력하는 데 나를 못 믿냐”라거나 “이럴거면 하지 말아라”고 윽박지르며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했다.

자녀를 생각하는 마음에 A씨에 대한 믿음을 붙잡고 있었으나 A씨의 의사 면허와 함께 그가 보낸 비자 관련 서류들이 모두 허위로 확인되면서 산산조각났다.

108회에 걸쳐 22억여원을 보냈다는 다른 피해자 역시 A씨 등이 이와 유사한 수법으로 돈을 가져갔음에도 불구, 자녀 유학과 관련해 실제로 진행된 건 없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증언을 마친 한 피해자는 “자식이 잘 되기만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을 이용한 두 자매는 가족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다”며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을 너무 잘 아는 이들에게 무슨 잘못을 한 것인지 혹독히 알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엄벌을 요청했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