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교육청 ‘매입형 유치원’ 수사 종지부 ‘속도’ ‘뇌물수수’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 1년7개월만에 체포 경찰 소환 직전 필리핀 도피…캐나다서 자수 후 입국 안재영·주성학 기자

2024년 01월 31일(수) 20:13

경찰 조사받고 이동하는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

광주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사업 과정에서 청탁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경찰 수사망에 오르자 해외로 도피했던 최영환 전 광주시의원이 1년7개월여 만에 붙잡히면서 관련 수사 마무리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별개로 도피 기간 최 전 의원에 대해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졌는데, 이를 피해 어떻게 도주 생활을 이어갔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또 ‘매입형 유치원’ 사업 관련자들의 1심 선고가 다음 달로 예정된 가운데 최 전 의원의 진술 등으로 재판 양상이 달라질 지에 대한 촉각도 세워지고 있다.

◇도주 607일…조력자·경위 ‘깜깜’

31일 광주 서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최 전 의원을 인천공항에서 체포했다.

앞서 지난 2022년 6월1일 경찰은 최 전 의원이 광주시교육청의 ‘매입형 유치원’ 사업에 부당 개입하며 금품을 수수했다는 정황을 포착, 출석을 요청했다.

그러나 최 전 의원은 경찰의 연락을 받은 다음 날인 6월2일 필리핀으로 도주했다.

중요 피의자를 놓친 경찰은 최 전 의원의 여권을 무효화하는 조치와 함께 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하는 등 신병 확보에 주력했으나 이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러다 최근 최 전 의원이 캐나다 영사관에 자수서를 제출했는데, 경찰은 가족들의 귀국 권유와 개인 지병 악화 등을 입국 배경으로 보고 있다.

최 전 의원의 도피 행적 및 조력자 여부 등에 대해선 아직 정확히 드러나지 않았으나, 필리핀에서 일본을 거쳐 캐나다에 간 것으로 파악됐다.

캐나다를 도피처로 택한 이유는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사람을 곧바로 체포하지 않고, 불법체류자라 하더라도 캐나다 법원의 강제추방 명령이 있어야 본국 송환을 할 수 있는 등 관련 법망이 상대적으로 느슨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경찰은 최 전 의원이 누구의 도움으로 도주 생활을 이어왔는지도 수사하며 추가 혐의를 적용할 예정이다.

◇수사 본격화…청탁 규모 ‘관심’

최 전 의원의 신병을 확보한 경찰은 이날 ‘금픔수수’ 의혹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해당 수사는 2022년 광주시교육청이 서구 한 유치원을 매입형 유치원으로 선정, 공립 단설 유치원으로 전환하려 하다 ‘운영위원 회의록 위조’ 의혹 등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당시 경찰은 해당 유치원 원장과 다른 유치원 원장 등을 조사했는데, 최 전 의원은 이들을 통해 수천만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최 전 의원이 관련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고 밝혔으나 정확한 수수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앞서 기소된 유치원 원장 중 한 명이 최 전 의원에게 6천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 만큼 그 정도 규모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최 전 의원이 이를 부인할 경우 앞서 기소된 이들에 대한 재판은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검찰, 수사 향배 ‘촉각’

검찰 역시 경찰의 수사를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앞서 검찰은 범죄수익은닉의규제및처벌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A·B씨를, 제삼자 뇌물교부 혐의로 C씨를,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시교육청 공무원 D씨 등 5명을 기소했다.

지난해 11월7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A씨 징역 5년·추징금 6천890만원, B씨 징역 3년6개월·추징금 6천만원, C씨 징역 2년·추징금 6천만원, D씨 징역 1년 등을 구형했고, 이들에 대한 선고는 오는 2월27일로 예정됐다.

하지만 사건 관계자 중 핵심 인물인 최 전 의원에 대한 조사가 시작됨에 따라 이전까지의 수사 결과와 다른 사실이 드러나거나 법정 다툼의 필요성이 제기될 경우 변론 또는 증인신문이 재개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 전 의원에 대한 경찰 수사를 지켜보고 있다”며 “현 상태에서 예단하긴 이르지만 필요할 경우 변론재개 요청 등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안재영·주성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