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의 해, 시립미술관에서 전시하다 / 박소빈

2024년 02월 01일(목) 20:15

박소빈 작가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생각지 못한 일이었다. 더욱이 많은 분들을 모셔놓고 그 앞에서 눈물을 흘리게 될 줄 몰랐다. 목이 메어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지난 1월18일 광주시립미술관 ‘용의 신화, 무한한 사랑’ 개막식에서였다. 아무 말도 잇지 못하는 필자에게 초대받은 인사들은 박수로 격려해줬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간신히 인사말을 했다. 그동안 작업을 해온 것이며, 전시를 해왔던 활동 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용이 올라가는 그림이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시민들과 만남을 갖는다는 건 가슴 벅찬 일이었다.

지난 해, 처음 제안받았을 때 뛸 듯이 기뻤다. 광주시립미술관 기획초대로 개인전을 하게 된다는 사실이 너무 좋아서였다.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운이 좋은 성 싶다. 2024년 갑진년 청룡의 해에 맞춰 나의 용그림이 시립미술관이 진행하려던 테마와 부합한 때문인 듯 하다. 지난 2013년 하정웅청년작가로 선정돼 광주시립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선보인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원로 나이가 돼서야 그것도 간신히(?) 초대받지 않을까 싶었었는데… 그런데 심하게 앞당겨진 초대에 눈물이 날 정도로 기뻤다. 매일같이 광주시립미술관 전시장에 설레는 가슴을 부여잡고 들어선다.

전시 작품은 여러 군데서 왔다. 지난해 가을 가졌던 미국 뉴욕전시 마감 후 들어온 작품도, 북경의 내 작업실에서 온 것도 있다. 또 광주작업실에 보관됐던 것까지 출발지가 다양했다. 더욱이 적잖은 작품이 해외에서 들어와 전시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시립미술관 관계자와 스탭들의 헌신적인 노고가 아니었다면 힘들었을 게다. 그렇게 해서 전시장에 걸린 작품이 무려 150여점이다. 회화작품, 영상, 판화, 입체, 드로잉 등 여러 장르를 아우른다. 지난 33년간 해온 작업의 중간 결산이자 아카이브인 셈이다.

광주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도 있다. 지난 2017년 중국 북경 금일미술관에서 전시회를 하면서 49일간 현장 퍼포먼스로 진행해 완성된 17m 대작 ‘부석사 설화-새로운 신화창조’가 그것이다. 현장에서 이 작품을 완성하느라 뼛골 뺐었던 그 때의 기억이 고스란히 다시 전해져 온다. 신체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 작품이 중국에서 건너왔다. 화엄사에서 만난 용그림에 부석사설화를 덧입혀 나의 그림 줄기가 이뤄졌다. 그런 용이 무등산 용으로 거듭 태어난 작품이 있다. 내가 어디에서 활동하건 난 광주사람이며 광주정신이 전신에 박혀있음을 보여주고 싶어서 제작한 거다.

이번 전시는 한마디로 밖에 나가 당당하게 활동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거 같다. 그래서 이번 시립미술관 초대는 내 예술인생에서 커다란 선물이라 할 수 있다. 내가 뭐라고 큐레이터, 평론가, 콜렉터, 언론인 등이 찾아와 축하해 줬다. 이들은 한결같이 오랜 시간 나와 내 작업을 지켜봐 줬다. 그리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번 전시회 개막을 전후로 이들이 총출동했다. 국내는 물론이고 외국에서까지 비행기 타고 날아왔다. 미술비평가 겸 큐레이터 탈리아 브라초풀로스(뉴욕시립대 교수), 아트인 아메리카 전 편집장 리처드 바인, 중국 미술평론가 주치(전 중국국가회원이론부) 등이 그 대표적인 인사들이다. 또 며칠 전엔 영상작품에 음악을 콜라보해준 내몽골 출신 중국 록밴드 Choor의 도르노씨가 찾아와 주었다. 너무 감사했다.

광주시립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용그림, 이제 내 곁을 떠나 광주시민과 함께 호흡한다. 중국 전시와 베네치아 전시도 서둘러야 한다. 광주시립미술관을 찍고 세계로 나간다. 이번 전시는 세계로 나갈 나에게 단단한 뒷배가 돼줄 것이다. 청룡의 해, 광주 시민 모두 행복하길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