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계선 지능인’과 함께하는 사회 만들어야 / 김회식 |
| 2024년 02월 01일(목) 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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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주의·집중력이 좋지 않을 때 ADHD를 의심한다. 그러나 낮은 지능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낮은 이해력은 학업을 따라가기 어렵게 하고 결과적으로 주의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 소아 우울증까지로 확장될 수 있다 하니 허투루 넘길 일이 아니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2023년 6월)에 따르면 경계선 지능인 숫자는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약 13.6%로 추정하고 있다. 전남도는 24만5천명 정도로 추정된다. 경계선 지능인에 대한 합의된 정의는 없다. 일반적으로는 지능지수(IQ)가 70-85에 해당되는 사람을 뜻한다.
경계선 지능인은 단순히 지능이 낮다는 것 외에 학습 장애, 운동 장애, 언어 장애, 사회성 결여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사회로 진출해 직업을 갖고 업무 처리를 하는 데 있어 비장애인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장애인으로 등록된 것이 아니기에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기 어렵다.
경계선 지능 아동에게 건강한 성장과 발달을 도모하는 보건, 복지, 교육, 치료 등의 지원이 적절한 시기에 제공된다면 인지 능력과 사회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장애 아동이 아니니 특수학급 대상자도 아니고 학교에서는 딱히 해줄 게 없다고 한다. 학업 수준을 따라가지 못해 도움반으로 가야 한다는 말, 드문드문 이상 행동으로 왕따를 당한다는 말, 학폭의 가해자나 피해자가 됐다는 말. 지금의 학교 시스템은 경계선 지능 아동·청소년들을 돌볼 수 있는 여건이 전혀 되지 못한다는 게 부모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이렇다 보니 치료기관을 찾는 것은 물론 전문가를 알아보는 것도 모두 가족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오죽하면 일부러 검사 점수를 낮게 받아 지적장애 등급을 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할까 싶다.
무엇보다 이들에게 가장 큰 고통은 성인이 된 이후 사회에서 완전히 소외될 것이라는 두려움이다. 학창 시절 학업과 대인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실패를 경험하면 지적장애 판정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장애인 지원에 대한 공적부조의 부담이 커지게 될 것이고, 결국 사회적 비용이 급증하는 원인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경계선 지능인의 생애주기별 특성과 복지 욕구를 기반으로 한 제도를 마련해야 할 이유다. 경계선 지능인의 복지 사각지대 해소할 정책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자체는 교육청과 협력해 학교에서 경계선 지능인을 발견하고 전문기관에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경계선 지능인의 특성에 대한 이해와 연구를 강화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해 학습 수준과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 셋째, 사회성 훈련, 맞춤형 직종 진단, 직업훈련 등을 제공하는 자립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와 교육을 통해 이들의 편견과 차별을 없애고 특성과 장점을 알리며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해 11월 지능지수가 지적장애 판정 기준인 70을 조금 넘는 ‘경계선 지능인’이 구청을 상대로 장애인 등록을 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1심에서 패소했다. 언론과 사회단체 등에서 아쉬움을 표한 판결이었다.
경계선 지능인은 보살핌의 대상임은 확실하다. 지능지수가 70을 초과하더라도 일상 생활과 사회 생활에서 받는 제약 여부를 판단하는 심사와 지원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권 내의 돌봄과 관심으로 대상 아동의 능력을 끌어올릴 방법이 있고 성장한 이후에도 지원이 이어진다면 이들은 자주적인 인생을 살아나갈 것이다. 행복하고 든든한 울타리를 경계선 지능인들과 가족에게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