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 수술’ 지시 의사 항소심도 ‘면허 취소형’ 법원 “고액 연봉, ‘호의호식’ 위함 아냐” 질타 안재영 기자

2024년 02월 01일(목) 21:00

‘대리 수술’을 지시한 의사와 이를 이행한 간호조무사들이 항소심에서도 징역형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번 판결이 확정될 경우 피고인 중 의사들은 보건범죄특별조치법 위반으로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만큼 면허가 취소된다.

광주지법 형사1부(김평호 부장판사)는 1일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위반(부정의료업자) 등 혐의로 기소된 광주 소재 한 척추전문병원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의 항소심에서 피고인들과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

대표원장 A(63)씨 등 의사 3명과 간호조무사 3명은 지난 2017-2018년 총 13차례에 걸쳐 수술 봉합 처치 등을 지시하거나 이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3년과 벌금형을 동시에 선고받았다.

1심에서 “대리 수술 행위는 어쩔 수 없는 의료계 현실이고, 이번 사건은 피부 봉합에만 그쳤다”는 논리를 펼친 A씨 등 의사들은 항소심에서도 “의사면허 박탈만은 막아달라”고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피고인들이 “의료법보다 상대적으로 처벌이 무거운 특별조치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로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제청도 기각하며 적용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 등의 대리 수술 행위는 환자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며 “대리 수술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에 책임이 없다는 사고방식은 매우 잘못됐다”고 꾸짖었다.

이어 “OECD 국가 평균에 비해 우리나라 의사들에게 더 높은 연봉을 보장하는 이유는 생명과 의사를 존중하는 가치가 환자들에게 돌아가게 하기 위함”이라며 “의사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함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에서도 집행유예를 받은 의사들은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보건범죄특별조치법에 따라 면허가 취소된다.

한편 이번 재판과 별개로 A씨는 다른 공범과 함께 마취 전공 원장의 진료실에 무단 침입하는 등 진료를 방해한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기소돼 1심에선 무죄 판결이 나왔지만, 이날 항소심에선 유죄가 인정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