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동구 계림동 마을 커뮤니티공간 1년째 ‘방치’ 2022년 광주시 공모사업 선정…4천200만원 들여 리모델링 아파트 주민 동의 없이 추진 반발…市·동구 ‘책임 따지기만’ 장은정 기자

2024년 02월 04일(일) 20:02

광주시와 동구가 수천만원을 들여 조성한 마을 커뮤니티 공간 ‘금호타운 manna방’이 준공 1년이 넘도록 문이 잠긴 채 방치되고 있으나 행정 기관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서로 미루기만 할 뿐, 해결엔 미온적 태도를 보여 입주민들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4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금호타운 manna방’은 지난 2022년 ‘마을커뮤니티공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동구 계림동 금호아파트 관리사무소 지하 1층에 조성됐다.

마을 주민들이 모이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마련을 목적으로 추진된 해당 사업에는 구비(시 보조금) 4천만원과 입주민 자부담 200만원이 투입됐으며 2022년 10월 초부터 약 3주간 공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해당 시설은 1년3개월이 넘도록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사진>

앞서 동구는 ‘금호타운 manna방’ 준공 이후 준공식을 개최, 해당 시설과 함께 금호아파트 주차장을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려 했으나 입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금호타운 입주민은 물론, 상당수 주민들이 ‘금호타운 manna방’의 준공 사실을 몰랐다는 점이 드러났다.

금호타운 한 입주민은 “입주자대표회의가 일방적으로 사업에 공모했다”며 “대다수가 마을커뮤니티공간이 조성된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다”고 주장했다.

마을커뮤니티공간 및 주차장 개방에 대한 입주민들의 반대가 커지자 동구는 개소를 잠정 보류했는데, 이후 ‘금호타운 manna방’은 조성 1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이렇다 할 쓸모 없이 방치되고 있다.

여기에 누수 등으로 인해 바닥과 천장 곳곳이 곰팡이로 뒤덮여 공간 사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한 입주민은 “공동 시설에 주민 동의도 없이 커뮤니티 공간을 조성한 것도 모자라 아파트 내 주차까지 무료로 허용한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광주시와 동구청은 해당 공간을 원래대로 돌려 달라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1년여가 넘도록 외면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문제 해결을 두고 광주시와 동구는 서로 상대방이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시 보조금이 투입되긴 했으나 구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있는 동구에서 관리·감독을 통해 상황이 악화되지 않도록 했어야 하는 게 맞다”고 밝혔다.

실제 사업 이전 동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체결한 ‘공간사용협약서’ 제3조(사용기간 보장)에는 ‘본 사업은 광주시 보조금에 의해 조성된 공간이므로 건물 소유자 입주자대표회의는 협약 기간(최초 2027년)까지 어떠한 경우가 있더라도 주민소통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과 함께 ‘이를 이행하지 않을 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동구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손해 배상 문제는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뒀다”며 “지난해 시 관계자,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만나 공간 개방을 요청했으나 여러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시 공모사업이기 때문에 시에서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데 구에게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억울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전임 대표가 추진한 일이라 잘 모른다”고 밝혔다.

/장은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