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훼손 가해자’ 신상 공개 학생 학폭위 처분 부당” 법원 “피해자에게 가해자 정보 제공 ‘사회 통념상’ 허용” 판시 안재영 기자

2024년 02월 12일(월) 17:54

법원이 명예훼손 가해자의 신상을 피해자에게 공개한 고등학생에게 서면사과 결정을 내린 학폭위의 처분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광주지법 행정1부(박상현 부장판사)는 12일 고등학생 A군 측이 광주서부교육지원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서면사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서면사과 처분을 취소하라”고 주문했다.

A군은 지난해 고등학교 관련 소식을 SNS 계정에 올리는 활동을 하다 학교폭력 신고를 당해 학교폭력위원회로부터 서면사과 처분을 받았다.

처분에 앞서 A군은 “B군이 성소수자를 찾는다”는 내용의 게시글 업로드 요청을 받고 이를 이행했다.

이후 B군이 해당 게시물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신고하면서 A군과 글 게시 요청자는 학폭위 처분을 받게 됐다.

이를 두고 글 게시 요청자 C군은 A군이 자신의 신상을 B군 측에 공개해 피해를 봤다며 학폭위에 신고했다.

‘서면사과’ 처분을 추가로 받은 A군이 부당함을 주장하며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학폭위는 A군에 대해 “B군의 아이디와 대화 내용을 공개해 정신적 피해를 안겼다”며 학교폭력으로 판단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처분이 잘못됐다고 봤다.

재판부는 “A군이 공개한 것은 B군의 가명 아이디와 게시글에 불과해 신원을 특정할 수 없는 개인 정보였다”며 “특히 명예훼손 피해자에게 가해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것은 사회 통념상 허용될 만하고, B군이 당한 정신적 피해는 자신의 행위에서 기인했다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