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무마’ 사건 브로커에 징역 3년6개월 선고 변호사법 위반 혐의 17억여원 추징명령도…‘인사 청탁’ 등은 추가 재판 안재영 기자

2024년 02월 15일(목) 20:15

가상자산 투자사기범으로부터 수사 무마 등의 명목으로 금품 17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건 브로커’에게 실형과 수수 금품 전액에 대한 추징명령이 내려졌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용신 부장판사는 이날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 브로커’ 성모(63·구속)씨에게 징역 3년6개월과 추징금 17억1천300만원을, 공범 전모(64)씨에 대해 징역 2년과 추징금 1억4천15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 2020-2021년 가상자산 투자사기범 탁모(45·구속기소)씨로부터 총 18억5천400만원을 받고 수사기관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탁씨는 가상자산 관련 사기 행각으로 전국에서 수사를 받았는데, 처음에는 전씨에게 사건 해결을 청탁했다. 그러다 전씨를 통해 더 힘 있는 브로커 성씨를 알게 된 탁씨는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전달하며 수사 무마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실제 성씨는 검·경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전달하며 수사 기밀을 빼내거나 사건 무마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러던 중 성씨가 탁씨 사건 피해자에 의해 자신의 존재가 탄로날 위기에 처하면서 탁씨에게 합의를 종용하고, 더 많은 돈을 요구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틀어졌다. 결국 탁씨는 검찰에 성씨를 제보했고, 전·현직 검·경 관계자 15명 등 총 18명이 기소된 일명 ‘사건 브로커’ 수사가 시작됐다.

재판에서 성씨 측은 받은 금품 상당을 반환하거나 탁씨 변호사 선임 비용에 썼다고 주장하며 형량을 줄이려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씨가 탁씨에게 지급한 돈은 반환이 아니라 별도로 대여한 돈으로 보이며, 변호사비 선임도 청탁·알선 범행 경비로 쓴 것이기에 추징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의 범행은 형사사법 절차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시키는 중대한 범행으로 우리 사회에 끼친 해악이 커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성씨는 변호사법 위반 외에도 ‘인사 청탁’ 비위와 관련, 제삼자뇌물취득·뇌물공여 혐의로 별도 기소돼 추가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안재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