四季의 단상…희망을 채우고, 보듬다

정명숙 ‘그림모내기 모든 것은 빛난다’展…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켜켜이 쌓아올린 동그라미 자유로운 조형으로 완성
빛으로 표현한 자연의 흔적…생명의 순환 등 담아내

최명진 기자
2024년 02월 19일(월) 20:16
(왼쪽부터)‘春’‘갑자기 분출하여 반짝 거리다’, ‘夏’‘풀은 나와는 상관없이 자라난다’, ‘秋’‘황금빛 햇살이 내려 앉는다’, ‘冬’‘영혼의 상태가 하나의 풍경이다’
일상의 자잘하고 소중한 면면들이 작은 동그라미 합주로 나타난다. 이렇게 쌓아올려진 동그라미들은 시간뿐 아니라 작가의 마음과 열망 또한 축적해간다.

사계절의 솔직담백한 감상을 작품 속에 녹여내 자연의 아름다움을 드러낸 전시가 마련됐다.

정명숙 작가의 개인전 ‘그림모내기 모든 것은 빛난다’가 오는 25일까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서 펼쳐진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광주와 화순을 오가며 겪은 사계절의 멋을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의 이러한 작업은 몇 해 전 작업실을 화순 인량동으로 옮기고부터 시작됐다. 너른 들판을 마주한 작업실을 오가는 일은 작가에게 새로운 영감을 부여하기에 충분했다.

작가는 얇은 한지를 동그랗게 잘라 캔버스와 종이 위 반복적으로 붙여가며 자신만의 정체성을 구축해 나갔다. 흘러가는 일상을 쌓아가듯 작가는 동그라미를 붙여갔고, 이는 곧 자유로운 조형으로 완성됐다.

광주에서 화순을 오가는 길, 어김없는 계절을 지나오며 그의 마음을 충만하게 해줬던 건 너른 자연이었다. 그렇게 작가의 일상을 비추던 시선은 ‘자연’이라는 세계로 확장됐다. 한 해, 두 해 철을 쌓아간 흔적들은 이번 전시의 주요 작품들이다.

그는 인량동길에서 느낀 가장 인상적인 계절, 봄과 여름 사이 ‘모내기 시즌’을 하나의 계절로 표현한다. 드넓은 공간은 언어로 나타내기 쉽지 않지만, 작가는 그 순간의 느낌을 색으로 나타낸다.

아스라한 이미지들은 캔버스라는 들판에 살랑거리는 바람이 돼 들어온다. 매화꽃부터 벚꽃, 그 뒤를 이어 흐드러지게 피어난 복숭아 꽃, 엷은 초록빛 풀잎, 모내기 시기에 변화하는 초록 땅과 비 내린 뒤 논밭으로 흐르는 물의 색, 작열하는 태양 아래 번식하는 잡초들의 생명의 색, 노랗게 익어가는 곡식과 단풍으로 물든 가을색, 추수한 후 황량한 들판에 떨어지는 눈발의 색이 모내기하듯 채워진다.

작가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풍경은 그림으로 완성된다. 계절마다 바뀌는 물·바람·새와 같은 자연의 소리. 작가는 이러한 생명의 순환을 빛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작가는 “가볍고 소박한 종이로 제작된 작품들은 육중하고 현란하기보다는 작고 소중한 서사를 그려내고 있다”며 “한 인간이자 작가, 아내, 엄마 등으로 살아가는 소중한 일상들을 작은 동그라미로 보듬어냈다. 봄을 맞이하듯 하루하루를 희망으로 채워가고 싶다. 그림을 마주한 관람객들이 자연 속에서 빛을 느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작가는 조선대 미술대학에서 한국화를 전공하고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0여 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기획전에 참여했으며 마을미술프로젝트 등 문화예술관련 활동에도 참여했다. 작품은 한국전통문화대학교, 광주국립박물관, 진도 현대미술관, 대광여자고등학교, 중국 길림 서화성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최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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