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교문화재 품은 전통마을 찾다 / 윤은상 |
| 2024년 02월 19일(월) 20: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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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여사는 사육신 중에 한 분인 박팽년의 후손으로 21세에 이병철 회장과 혼인했다.
묘골마을은 대구에서 북서쪽 끝자락으로 순천박씨의 종택과 육신사, 도곡재 태고정 등 유교문화재를 품은 전통마을이다. 이곳은 구불구불하게 이어진 좁은 도로를 따라 한참을 들어가야 마을 입구가 보인다. 바람을 막기에 적당히 높은 산자락이 마을을 둥굴게 감싸고 마을이 옴폭하게 들어가 있어 은거지로서는 최적의 조건을 갖춰 사육신 중에 유일하게 혈육을 남긴 박팽년의 후손들이 은거하며 집성촌을 이룬 곳이다.
세조 2년 성삼문, 박팽년 등 사육신이 주도한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피의 숙정을 시작한 세조는 복위운동에 가담한 가문의 자손 중에 남자는 모두 처형하고 여자는 관비로 끌고 오라고 명하였다. 그런데 이를 피해 도망친 한 사람이 있으니 박팽년의 둘째 아들 박순의 부인 성주이씨였다. 당시 출산을 앞두고 있었던 성주이씨는 대를 이어 시아버지와 서방님의 한을 풀어드리겠다는 일념으로 임신 중이던 여종 삼월을 데리고 경북 달성군의 친정집에까지 도망쳤는데 조정의 명을 받은 경상감사는 딸을 낳으면 이씨와 함께 관비로 잡아가고 아들을 낳으면 즉시 죽이겠다고 선언했다. 얼마 후에 딸을 출산한 이씨는 딸과 함께 관비로 끌려갔고 그렇게 박팽년 가문은 대가 끊어진 듯 했다. 그로부터 12년 후에 여종 삼월은 박비라는 아들을 키우고 살아가고 있었는데 모자 앞에 나타난 이씨의 친정아버지는 박비가 바로 박팽년의 손자라고 사실을 밝힌다. 연좌제의 피바람 속에서 박비는 어떻게 살았을까요?
성주이씨 부인은 마치 집의 몸종 삼월이와 같이 임신 중이었다. 그 후 이씨 부인은 아들을 낳고 공교롭게도 삼월이는 딸을 낳았다. 외할아버지가 이를 감추기 위해 아이 이름을 ‘박비’라 이름 짓고 비밀리에 여종이 낳은 딸과 바꿔 길러서 기적적으로 박팽년의 혈손만이 대를 잇게 했다. 박비가 17세 되던 해에 이곳에 부임해온 이모부인 경상도 관찰사 이극규의 권유에 따라 자수해 성종으로부터 사함을 받고 박비는 종의 이름이어서 박일산이라는 이름까지 하사받아 고향에 내려오게 됐다. 박팽년의 유복손 박일산은 후손이 없던 외가의 재산을 물러 받아 경북 달성군 하반면 묘골에 99간의 종택을 짓고 정착하게 됐다. 이를 계기로 그곳에 박팽년 후손은 집성촌을 이루어 오늘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금은 20호만 남아있다.
그 후 237년이 지난 숙종 17년에 옛 관직을 복원시켜 사육신의 넋을 위로하고 만고충절의 표본으로 기리게 됐다. 이병철 회장의 부인 박두을 여사와 박준규 전 국회의장도 그 후손이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하는 이유중 하나는 유교문화재를 품은 전통마을이라는 점이다. 한국의 전통마을을 유심히 살펴보면, 그 안에 생각(사상)이 담겨 있으며, 사람 사이의 관계가 응축돼 있음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마을 곳곳에는 독특한 문화가 있으며, 환경생태학의 지혜도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우리 후손들이 다시 찾는 전통마을에서 일상생활에서 점점 잊어져가는 공동체를 위한 터전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