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피해 언제까지…” 불안·비난 고조 속 ‘병원 셧다운’ 우려 ●전남대·조선대병원 전공의 집단사직 사흘째 전공의 10명 중 8명 가운 벗어…업무개시명령에도 미복귀 외래·수술 축소 폭↑…“이 상황 되도록 정부 뭐했나” 비판도 기수희·박현진·정은솔 기자

2024년 02월 22일(목) 20:18

의대 정원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근무중단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남대병원에서 내원객들이 진료 문의를 하고 있다./김애리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 전공의들이 사흘째 병원을 비우면서 환자들의 신음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하지 않으면서 진료 차질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병원 셧다운’ 우려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전남대·조선대병원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전남대병원 전공의 286명, 조선대병원 전공의 114명 등 총 400명이 사직서를 제출하거나 휴가를 갔다.

해당 수치는 두 병원 전공의 총원 461명(전남대 319명, 조선대 142명)의 86%가 넘는 비율이다. 즉 10명 중 8명이 의사 가운을 벗은 셈이다.

보건복지부는 타당한 사유 없이 출근하지 않고 있는 전공의들에게 복귀(업무개시) 명령을 내리는 중인데, 이날까지 전남대병원 56명, 조선대병원 1명이 의료 현장에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명령 불이행자는 전남대병원 119명, 조선대병원 113명 등 총 232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때문에 전공의들의 무단결근이 지속될 경우 의료 시스템이 멈추는 ‘셧다운’ 상황까지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병원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 이날도 각 병원에서 환자 조기 퇴원 및 전원 조치와 함께 전공의 복귀 시까지 신규 진료 예약 및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안내가 이뤄져 환자들의 피해가 지속됐다.

신장이 아픈 아버지의 보호자로 전남대병원에 왔다는 김모(20대·여)씨는 “요로결석 증세가 악화되서 지역 2차 병원에서 급히 왔는데 입원을 거부당했다”며 “대학병원이 아니고선 손 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발을 동동거렸다.

수술 축소 폭도 커진 것으로 파악된 가운데 ‘전공의 집단사직’ 첫 날이었던 지난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의료원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에서 고령의 말기암 환자가 타 부서와의 협진 요청이 이뤄지는 사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지역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입원 환자 유모(48)씨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하루에도 몇 번씩 뉴스를 찾아본다”며 “사직서를 제출하고 환자 곁을 떠난 의사들이 한없이 야속하게 느껴지면서도 이런 상황이 올 때까지 정부는 대체 뭘 했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와 관련, 이날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중앙대책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의사협회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집단행동 등을 멈춰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전날 추가 이탈한 전공의들에게 복귀 명령과 함께 미이행자들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데 이어 의료계 집단행동 주도자를 구속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지역 법조계 관계자는 “의사들의 단체 행동이 ‘진료 거부’에 해당하면 행정처분이나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면서도 “의사협회의 이번 행동 방침은 지난 2020년 총파업을 ‘경험 삼아’ 진료 거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률적 검토 후 세워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현 정부의 특성상 고발 조치는 이뤄질 것 같으나, 아직까지 지역에서 실제 피소된 이들은 파악되지 않았다”며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마다 상황이 달라 모두에게 똑같은 판단이 나오진 않겠지만, 재판부가 사직이나 휴가 등 개인 행동에 대해 진료 거부라고 판단할만한 입증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기수희·박현진·정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