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産銀 부산行’ 드라이브…‘농·수협 전남 이전’은 좌초 우려 김영록 지사 2022년 4월 농·수협 이전 최초 건의 국토부 “총선 후 공공기관 이전 논의” 속도 조절 농협법 개정안도 상임위 문턱 못넘어 ‘제자리걸음’ 김재정 기자

2024년 02월 27일(화) 20:12

사진은 농협중앙회(左)와 수협중앙회 본사 사옥 전경. /사진=농협·수협중앙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가운데 전남도가 정부에 건의해온 ‘농협·수협 중앙회 전남 이전’은 지지부진한 모습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국토교통부가 ‘총선 이후 논의’ 입장을 밝히며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 조절을 하고 있는 상황인 데다, 농협법·수협법 개정안도 발의 후 국회에 계류된 채 진척을 보지 못해 농협·수협중앙회 전남 이전 구상이 좌초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김영록 전남지사가 2022년 4월6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시절 최초 건의하면서 불을 당긴 농협·수협 중앙회 전남 이전 방안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당시 김 지사는 글로벌 곡물 가격 상승과 식량 안보 위기 상황에서 농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농생명·금융 융복합 허브 조성이 시급하다며 ‘농협·수협 이전 카드’를 꺼내 들었다.

무엇보다 전남이 국내 최대 농수산물 생산지이자 유관 공공기관 집적 지역으로 농수산 경제 거점 조성의 최적지라는 점은 농협·수협 이전 당위성을 뒷받침했다.

최초 건의 이후 2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농협·수협 이전 구상은 한 발짝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농협·수협 중앙회가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과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시행령 등 현행법상 이전 대상 공공기관에 포함돼 있지 않은 데다, 국토교통부 역시 올해 초 총선 이후 공공기관 이전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농협·수협 이전 문제 역시 ‘일단 멈춤’ 상태다.

게다가 주사무소를 서울로 규정한 농협법·수협법과 농협정관·수협정관 변경도 선행돼야 하지만 이 역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1월 농협 주사무소를 지방에 둘 수 있도록 한 농협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농협 내부 반대 등의 이유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전남 뿐만 아니라, 전북, 강원 등 타 지자체도 농협 중앙회 이전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향후 이전 문제가 공론화될 경우 치열한 유치전이 불가피하다.

이처럼 지지부진한 농협·수협 중앙회 전남 이전과 달리,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속도전’ 양상이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이달 13일 부산에서 가진 민생토론회에서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조속히 이전해 글로벌 허브 도시 부산을 이끄는 동력으로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산업은행법에 ‘본점을 서울로 한다’는 한 줄짜리 규정이 있는데 그것만 저희가 ‘부산으로 한다’로 고쳐도 되고, 규정 자체를 없애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다.

결국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산업은행 이전 문제와 같이 농협·수협 중앙회 전남 이전 문제에 대해서도 의지를 갖고 추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전남도도 총선 이후 이뤄질 공공기관 이전 논의에 대비하기 위해 전남연구원 내에 공공기관유치지원센터를 설치하는 한편, 민간 중심의 농협·수협 중앙회 유치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전남도 관계자는 “전남연구원 지원 조직과 함께 추진위원회 구성 등 투트랙 전략을 통해 농협·수협 중앙회 이전 구상이 가시화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단계”라며 “전남이 국내 최대의 농수산 생산지인 점을 바탕으로 이전 논리 개발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김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