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는 ‘길’, 후배들에게 ‘희망의 나침반’됐으면” ‘한국 여자양궁 전설’ 기보배, 모교 광주여대 정식교수 임용 좋은 선배로, 인정받는 교수로 선한 영향력 함께 나누고 싶어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광주…작은 역할이나마 보탬됐으면 후배들이 운동·학업 병행 선수생활 이후 다양한 길 찾길 바라 박희중 기자

2024년 03월 05일(화) 19:49

모교 광주여대에서 교수로 제 2의 인생을 시작한 기보배가 5일 연구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 앞서 환하게 웃고 있다.

“후배들에게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선배로, 학생들에게는 실력있는 교수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27년 양궁인생을 마감하고 일상으로 돌아간 기보배가 모교 광주여대 강단에 선다.

지난 1일 광주여대 스포츠학과 교수로 임용된 기보배는 “선수로서 꿈을 키웠던 모교에서 제2의 인생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영광”이라며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항상 모교에 대한 애정이 있었다. 재학시절 숱한 어려움에 빠졌을 때도 김성은 광주여대 감독님과 동문들의 응원이 든든한 힘이 됐다. 광주여대는 지금의 기보배를 있게 한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좋은 영향력을 전달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광주여대에서 기량을 키운 기보배는 2012 런던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과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꿈을 이뤘다.

기보배는 “양궁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그 순간이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며 “2012년에 이어 2016년 최미선, 2021년 안산까지 3회 연속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 배출이라는 빛나는 기록을 모교에 남길 수 있어 항상 자랑스러웠다”고 말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단체전 금메달, 개인전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여자 양궁 대들보로 활약을 이어갔고, 2017년 결혼하고 출산한 뒤에도 현역으로 뛰며 지난해 태극마크를 마지막으로 활시위를 내려놨다.

기보배는 은퇴에 대해 “선수로서 항상 최선을 다했고, 올림픽 금메달 꿈도 이뤄 후회나 미련은 없었다”며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할 수 있어 너무 행복했다”고 밝혔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전공학부 교수로 임용된 것은 기보배가 처음이다.

기보배는 “양궁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좋은 사례가 된 것 같아 부담도 되지만 뿌듯하다”며 “저는 양궁선수로서 많은 분들의 응원과 관심속에서도 스스로의 겸손함을 잃지 않았기에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었다. 선수가 기량을 잃는 것은 한 순간이다. 겸손함을 잃은 상태에서 실력이 무너지면 큰 선수가 되기 힘들다. 선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기량이 아닌 인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양궁 후배들이 운동과 학업을 병행해 폭넓은 시야로 선수 인생 이후 새롭고 다양한 길을 찾길 희망한다. 내가 걷는 첫 걸음이 후배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침반 역할을 했으면 한다”고 진심어린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올림픽, 양궁 세계선수권, 양궁 월드컵 파이널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금메달 37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를 따내며 2017년 대한민국체육훈장 최고등급인 청룡장(1등급)을 수상했던 ‘한국 여자양궁의 전설’ 기보배는 비록 활시위는 놓았지만 양궁에 대한 역할은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을 피력했다.

올해 열릴 파리올림픽에서는 해설위원으로 현장에 서는 기보배는 “꿈을 키우고, 꿈을 이뤘던 광주는 내 삶의 터전이었다”며 “내년 광주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성공개최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강조했다.

기보배는 마지막으로 “오늘의 저를 만들어 준 것은 광주시민들의 아낌없는 응원의 힘이었다. 광주시청, 광주여대 시민응원전의 염원을 밑거름으로 좋은 선수로 성장했고, 모교 교수라는 중책까지 맡게 됐다”며 “기쁠때나, 힘들때나 항상 곁에서 보내 주신 시민 여러분들의 성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감사함 잊지않는 기보배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박희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