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의 현주소 ‘불공정과 몰상식’ / 채은지
2024년 03월 20일(수) 19:40
채은지 광주시의회 의원
대통령이 사람을 빼돌렸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황이 벌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에 외압을 가한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이종섭 전 국방장관을 호주 대사로 임명한 것이다. 급작스러운 도피성 인사에 당정 갈등은 재점화 됐고, 공수처와 대통령실은 진실게임을 하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대통령실 핵심 참모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출입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에 비판적인 논조로 기사를 썼던 기자가 정보사령부 군인에게 회칼로 테러를 당했던 ‘회칼테러 사건(1988년)’을 언급하며 언론을 겁박했다.

또한, 해당 자리에서 그는 5·18과 관련해 “훈련받은 누군가 있지 않고서야 일반 시민이 그렇게 조직될 수 없다”며 북한 배후설을 거론하기까지 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언론사 관계자를 상대로 어떤 강압이나 압력도 행사해 본 적이 없고, 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간의 대통령실 행보와 모순되는 참으로 궁색한 입장 표명이 아닐 수 없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원칙 가운데 하나인 ‘공정과 상식’이 떠오른다.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공정과 상식이란 ‘이념이 아니라 국민의 상식에 기반해 국정을 운영하고, 우리 국민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는 법치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라고 설명돼 있다.

그런데 출범 2년이 되지도 않은 이 정부 앞엔 국민의 상식과 법치의 원칙에서 벗어난 불공정하고 몰상식한 일들이 계속 쌓여만 간다.

‘불공정과 몰상식’ 키워드는 비단 정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여야 할 것 없는 불공정한 공천 시스템은 ‘친윤불패 비명횡사’라는 결과를 불러와 공천 혁신과 정치 개혁을 무색하게 했고, 위성 정당 의원 꿔주기 꼼수는 결국 구태를 반복하는 데 그쳤다.

국회의원 후보들의 몰상식한 ‘막말 대결’ 또한 한국 정치의 수준을 의심하게 만든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토 히로부미는 인재’라는 성일종 의원, ‘난교 예찬’ 논란을 불러일으킨 장예찬 후보(공천 취소), ‘5·18 북한개입설’을 주장한 도태우 후보(공천 취소), ‘백성들은 봉건적 조선 지배를 받는 것보다 일제 강점기에 더 살기 좋았을지 모른다’는 조수연 후보 발언 대 더불어민주당에선 이재명 당대표의 ‘2찍’ 발언, ‘노무현은 실패한 불량품’이라고 비하한 양문석 후보, 김준혁 후보의 “(박정희 대통령은) 밤마다 여자애들 끼고 시바스리갈 처먹고” 등의 막말, 정봉주 후보(공천 취소)의 ‘DMZ 목발 경품’ 발언까지.

극단적 발언의 통쾌함은 단지 그들 팬덤에 속한 일부에게만 해당하고, 이를 더 자극적으로 키워 잇속을 톡톡히 챙기는 일부 유튜버들에게만 반갑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에게 정치인들의 막말 퍼레이드는 정치 무관심을 넘어 ‘정치 혐오’를 불러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인은 말 밖에 가진 게 없지만, 말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사람이기도 하다. 말 한마디로 나라와 지역을 협력과 연대로 이끌 수도 있고, 갈라치기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이제 ‘말 잘하는 정치인, 말 통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똑바로 말하는 정치인’을 걸러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이렇듯 불공정과 몰상식으로 얼룩진 총선은 어느새 공천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제 본선에 돌입하는 여야에 간곡히 요청한다. 막말 대결이 아닌 정책 대결로 뜨거워지기를. 그리하여 금 사과와 황금 귤에 숨 막히는 국민에게는 위로가, 한국 정치의 미래에는 ‘공정과 상식’이 존재할 것이라는 희망의 징표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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