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바람’, 저마다의 방식으로 전하는 따스한 위로와 공감 세월호 10주기 추모전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展…내달 25일까지 은암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4년 03월 25일(월) 19:57

김봉규 ‘2014년 4월16일 오후, 동거차도 앞바다 사고 현장’

10년 전 4월16일. 진도 앞바다에서는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되는 대형참사가 발생했다.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라는 배가 침몰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배에 탄 대다수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고등학생들이었다. 모두가 무사히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랐지만 299명이라는 사망자, 그리고 5명의 실종자가 나왔다. 참사를 접한 국민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이 대형 참사가 단순히 자연재해인지 인재인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은암미술관이 다음달 25일까지 세월호 10주기를 추모하는 전시 ‘천계天界의 바람이 되어’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세월호 참사 10주년을 맞이해 학생, 일반인 등 304명이 희생된 재난 참사로 고통받은 유가족과 그 주변인의 아픔을 공감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기획됐다.

전시에 참여한 김봉규·김병택·박정용·박철우·정영창 5명 작가는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다면적인 시각으로 세월호 참사를 풀어내며 애도의 과정을 함께한다.

회화 10점, 설치 1점, 영상 1점, 사진 34점 및 전시연계 퍼포먼스 등 작가들의 고민과 호흡이 담긴 50여점 작품은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회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궁극적으로는 대형 참사에 대한 안전의식을 고취시킨다.

김봉규 작가는 35년 차 한겨레신문 편집국 사진부 선임기자다. 세월호 침몰 당시부터 선체 인양까지 3년간 팽목항에 관심을 기울인 그의 사진에는 사건 기록과 전달을 넘어 이 시대 보통의 아버지로서 참담한 사건을 바라보는 고통스럽고 슬픈 감정이 묻어나온다.

김병택 작가는 세월호 10주기를 맞아 반복되는 대형 참사와 국가의 역할에 질문을 던지며 ‘解�I 해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등 신작을 통해 희생자의 넋과 원혼을 추모하고 극락왕생을 빈다.

박정용 작가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못다 핀 꿈이 마치 꽃처럼 승화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신작 ‘승화된 꽃’을 선보인다.

세월호 참사 당시 중등 교사로 그 누구보다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는 박철우 작가는 2년 전 겨울 방문한 진도 팽목항에서 느낀 감정, 기억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2014-그날’을 통해 고요한 바다 밑 침잠된 영혼을 닦고 닦아 불러온다.

머나먼 타국, 독일에서 세월호 소식을 접한 정영창 작가는 꾸준히 팽목항과 목포신항을 찾아 세월호의 흔적을 수집했다. 그는 ‘촛불’(2016) 등 사진과 회화 작업을 통해 상실 후 남아있는 사람을 위로하고 슬픔에 공감한다.

정지용 은암미술관 학예실장은 “10년 전 유명을 달리했던 망자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받고 천상의 세계에서 따스한 바람이 돼 자유롭게 지내길 기원한다”며 “이번 전시가 안전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생명이 존중되는 안전 사회란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시 오픈식은 다음달 5일 오후 3시이며, 부대행사로 김호준·김은숙 배우의 퍼포먼스가 펼쳐질 예정이다.

사진 위로부터 박철우作 ‘2014-그날’, 정영창 ‘팽목항 6’, 박정용作 ‘승화된 꽃’

/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