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의 날’을 즈음해 신문을 생각한다 / 김선기 |
| 2024년 03월 31일(일) 19:32 |
|
요컨대, ‘신문의 날’은 독립협회의 서재필과 윤치호 등이 한 말 기울어가는 국운을 바로잡고 민족을 개화해 자주·독립·민권의 기틀을 확립하고자 발행한 ‘독립신문’의 창간 정신을 기리고, 그 구국 이념을 본받아 민주·자유언론의 실천 의지를 새롭게 다짐하는 기점이 된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그 후 속속 창간한 신문들은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족정론지라는 명예로운 호칭과 이미지를 얻게 됐고,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국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하며 언론의 선봉장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신문이, 근래에 들어서는 회사의 수입 수단 혹은 객관적 사실보단 가십거리나 자신들의 주장과 의지를 뒷받침하기 위한 사익추구 집단으로 비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따라서 언론에 종사하는 사람이 다 그런 게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국민이 색안경을 끼고 과거와는 다르게 신문을 바라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언론은 공적 업무의 영역에 있기에 공기관과 같은 역할 수행을 한다는 사실이다. 언론사는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인 동시에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면서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언론인은 그 어떤 직업이나 직종의 종사자보다 올바른 의식이 요구되는 이유다. 공적 업무를 수행한다는 책임감 혹은 의식 없이 일반 기업체처럼 영리만을 추구한다면, 얼마 가지 못해 독자와 국민에게 외면받기 때문이다.
언론의 올바른 역할이라는 게 사실에 기반한 정보 전달과 권력·돈 등을 가진 소위 힘 있는 자들에게 굴복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정의롭지 못한 사안에 대해선 날카롭게 비판하여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올해 제68회 신문의 날을 앞두고, 제1회 표어로 쓰였던 ‘신문은 약자의 반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곱씹어본다. 신문은 힘없는 사회적 약자의 편에 서서 항상 그들의 권익과 권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읽힌다.
그런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신문 현실은 어떠한가. 약자의 반려가 아닌, 권력자에 빌붙어 되레 강자를 대변하고 있지나 않은지 곰곰이 되새겨 볼 일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뉴스를 전하는 각종 대중 미디어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신문에 대한 신뢰도 저하는 눈에 띄게 두드러진다. 가히 ‘징벌적 수준’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다.
굳이 언론학자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우리나라의 신문시장은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신문의 진정한 위기는 경영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위기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독자가 없는, 독자가 찾지 않는 신문은 언론으로서 존재 의미가 없다.
올해 신문의 날 표어는 ‘신문 읽는 오늘, 더 지혜로운 내일’이다. 시대 상황에 따라서 표어의 의미도 변화하고 있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여전히 ‘신문의 사명과 책임을 자각하고 자유와 평등 추구’라는 진리의 강이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신문은 약자의 반려’라는 제1회 신문의 날 표어가 가슴 아프게 박히는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