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감성으로 전하는 치유의 메시지 노여운·임남진·허수영·황선태 ‘재현과 위로’展 6월2일까지 함평군립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4년 04월 01일(월) 20:00

노여운作 ‘기다리다’

주변 풍경과 일상의 감정을 따스하게 재현해 우리에게 위로를 전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제26회 함평나비대축제를 기념해 오는 6월2일까지 열리는 특별기획전 ‘재현과 위로’다.

전시에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노여운, 임남진, 허수영, 황선태 4명 작가의 작품 50점을 선보인다.

황선태作 ‘낮잠’

노여운 작가가 그린 골목의 이발소, 슈퍼, 세탁소 등은 아련한 어린 시절을 추억하고 회상하게 하며 그 속에서 살았던 사람들의 흔적을 떠올리게 한다. 그는 지금까지 개발의 바람을 비껴간 풍경을 기록하듯 그리고 있다. 오래된 건물, 낡은 가재도구들, 자투리땅에 심은 채소 등에는 삶의 흔적이 정겹게 배어있다. 작가는 작품을 통해 사람들의 흔적이 주는 따뜻함과 편안함을 전달하고자 한다.

임남진 작가는 도시의 파란 하늘, 낮달, 전봇대, 전선 위의 새와 같은 평범한 풍경을 감각적으로 그린다. 단순한 구성과 한지에 염색하듯 그린 색감은 작품의 완성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작품 속 지독한 고독함이 주는 카타르시스는 오히려 충만감으로 다가온다. 최근작인 연서 시리즈 속 클로즈업된 편지 봉투는 형식적 단순함과 그곳에 담긴 깊은 사연이 보여주는 이중성이 매력이다. 단순 명료한 화면과 깊고 조용한 색이 주는 힘은 작가 본연의 깊은 정서를 재현하고 있다.

임남진作 ‘나는 너는’

허수영 작가는 하나의 캔버스에 식물도감 속 모든 식물이나 1년 동안 변하는 사계절 풍경을 겹쳐 그린다.

허수영作 ‘100 orchids’

그는 중첩하는 이유에 대해 누적된 물감의 두께는 그릴 때 당시의 기분이나 생각이 내포된 응어리 같다고 이야기한다. 반복해 누적된 물감의 두께는 작업 당시 작가의 생각이나 기분의 응축을 담아낸 듯하다. 깊은 내면을 끌어올리는 듯한 창작의 결과는 깊은 감동을 준다. 이러한 재현의 누적으로 만든 노동의 결과물은 작가의 수많은 감정의 덩어리이며, 비로소 그림이 된다.

빛으로 그림을 완성하는 황성태 작가는 주변 평범한 실내 공간과 그 공간에 놓인 소파, 의자, 화분, 침대 등을 선으로 묘사하고 LED 조명으로 빛을 구현한다.

작품이 주는 따뜻한 온기와 깔끔한 시선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감정을 느끼게 한다. 새로운 표현기법 또한 즐거움을 준다. 사포질된 반투명 유리의 안개 같은 질감과 일정한 굵기의 녹색 선으로 그려진 사물은 깨어지기 쉽고, 감정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작품에 전원을 넣는 순간 따뜻한 온기의 빛이 들어와 가장 푸근하고 안정적인 공간을 관람객에게 전해준다.

/최명진 기자